★名山과 近郊山行記/★명산근교산행

민둥산(03.11.09)

六德(이병구) 2011. 2. 27. 17:35

산행일시: 2003년 11월 9일

 

오늘(11월 9일)은 정선의 소금강이 연출한다는 정선군 남면에 소재한 민둥산으로

억새산행을 가기로 했다.

밤새도록 마셨던 술기운이 가시기도 전에 일어나 산행을 떠나려하니 어제 밤 술마시고

집에 돌아와 아들녀석들과 장난치다 다친 엉치뼈가 고통을 준다.

왔다갔다 몇번을 거닐어보니 산행하는데 무리가 따를 것 같았으나

그래도 약속한 산행이기에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6시가 넘어 집을 나선다.

우리는 나로 인하여 15분정도 늦은 7시 15분에 사당을 출발하여 정선으로 향하는데

날씨 탓으로 고속도로는 한산하고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이 잔뜩 찌뿌리고

있는데 강원도의 구불구불 돌아가는 도로는 유유히 흘러가는 맑은 계곡수의 화음과는

사뭇 다르게 오장육부를 흔들어 놓고 백색폭포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나그네의 뇌리를

의아스럽게 만든다.

지루하고도 긴 시간을 차에서 보내다 보니 11시 15분에 우리는 증산초등학교 앞에 도착할

수 있었고 11시 20분경부터 산행에 들어가게 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널널하게 시작한 산행길은 그윽한 솔향기를 느끼며 산행할 수 있었으나

밤새 내린 비로 인하여 산행길은 질퍽질퍽하다 못해 등산화에 무거운 짐을 안겨주고 산행이

서투른 님들에게는 엉덩이에 훈장까지 달아주는데 등산로는 왜 그렇게도 정체되는지.....

앞이나 뒤에서 오르는 사람들의 복장은 한결같이 청바지나 운동복바지 또는 일반 면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사람들이 태반이었고 이건 등산이 아니라 뒷동산에서 산책하는 기분보다도

못한 나들이인 듯 했다.

흐느적흐느적 솔밭길과 고랭지 채소밭을 지나니 시멘트 포장도로가 그래도 등산화의 무게를

덜어주고 발구덕마을 어귀에 있는 민가의 가게에서는 벌써부터 막걸리 타령하는 등산객들이

하나 둘 보이는데 나도 막걸리 생각이 간절해진다.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다시금 우측의 잣나무 숲으로 올려치니 남서쪽으로 정선의

카지노빌딩이 시아에 들어오고 아라리고개 두위봉(사북정상)에 운무가 걸쳐 바다의

지평선을 연상케 하는데 쪽빛 구름은 돗단배인양 바람에 출렁이며 내 걸음을 머물게 만든다

질퍽질퍽한 등산로를 따라 요리저리 빙빙돌아 오르다보니 억새꽃은 온데간데없고 앙상한

억새줄기만이 민둥산을 쓸쓸히 지키고 있고 군데군데 억새의 움집이 카메라의 후레쉬에

포즈를 취하며 그 옛날 정취를 느끼게 만든다.

민둥산 표지석에서 잠시 왔다간 흔적으로 카메라에 추억을 담고서 또다시 화암약수로

발걸음을 제촉한다.

콧노래를 흥겹게 불러보며 능선길을 따라가는데 산행안내표시는 조금은 혼란스럽게

삼내약수라 표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지도를 꺼내어 확인해보니 북진하는 길이기에 계속 진행하는데 하늘에서는 낙엽송 잎이

눈보라인양 바람에 날리고 쭉쭉빵빵 잣나무는 부식돼가는 잣방울로 그의 존재를 알린다.

그런데 나는 이곳 지형에서 뭔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삼내약수와 화암약수 갈림길 조금 못미치니 능선의 지형이 군데군데 움푹 들어가 분지를

연상케 만들고 등산로 우측으로는 임도가 잘다듬어져 등산인지 아니면 산책인지

내 자신 마져도 혼란스러워진다.

삼거리를 조금지나 내려서니 우측으로 지억산 갈림길이 발걸음을 망설이게 하나 운무에

휩싸인 지억산은 민둥산보다도 운치가 없을 것 같아 우린 그냥 화암약수로 향하는데

뱃속에서 뭔가 꼬르륵 느낌이 온다.
저 멀리 산세를 바라보며 떡과 과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서 등산로를 따라 빠져나와

임도를 걷다보니 좌측 계곡길이 지름길임을 알린다.

질퍽질퍽한 계곡길을 조심조심 내려오니 고랭지 채소밭 지나 2차선 포장도로가 나오고

우측의 불암사에서는 부처님의 불법이 산하에 은은히 울려퍼진다.

4시간여의 산행 끝에 우리는 화암약수터에 도착할 수 있었고 잘 다듬어진 화암약수터에서

철분이 풍부한 화암약수로 갈증을 풀고서 산 넘어 자리잡고있는 정선의 소금강과 몰운대를

언젠가는 찾으리라 다짐하며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