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山과 近郊山行記/★명산근교산행

금산의 보리암과 사량도(04.01.01)

六德(이병구) 2011. 2. 27. 17:40

산행일시: 2004년 1월 1일

 

신년 새해 해맞이를 하기 위하여 아내와 함께 경남 남해군 상주면의

금산(701m)에 소재한 보리암으로 떠난다.

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한 백운산 일출을 아쉬움으로 남기고서 말이다.

작년에는 지리산의 천왕봉에서 우리 4식구가 멋진 일출을 맞이했었는데

올해는 아내와 둘이서 먼길을 떠나는 것이다.

2003년 12월 31일 밤 9시에 집을 나서 남해군 상주면의 금산 입구인 불곡저수지

주차장 초입에 도착된 시간은 2004년 1월 1일 새벽 3시 20분쯤

재야의 보신각 종소리도 듣지 못하고 달려온 금산의 초입에는 벌써 많은 인파와

차량의  행렬로 인하여 경찰관들은 교통정리에 여념이 없고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밀려오는 남해바다의 싸늘한 새벽공기는 희망찬 갑신년의 여명을 밝히기 위하여

우리들의 살결을 여민 듯 한다.

싸늘한 밤 기운에 노출된 아내의 어깨를 포근하게 껴안은 나의 오른 팔을 시샘이라도

하려는 듯 저 밤하늘에서 영롱하게 반짝이던 북두칠성은 자꾸만 내 까만 눈동자와

눈 맞춤을 하자하는데 그의 위력은 밀려오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희미한 초롱불에 흡사할 따름이다.

많은 사람들의 뒤를 따라 걷다보니 불곡매표소가 나오는데 입장료는 왜 그렇게도

비싼지 호주머니의 무게를 다시 생각게 만든다.

1인당 2600원이란 입장료를 계산하여 지불하고 불곡주차장을 가로질러 불곡저수지를

따라 보리암을 향해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와~~ 이건 해맞이를 하러 온 것인지 케케한 자동차의 가스와 매연을 시연하러

온 것인지 의아심이 생길 정도로 자동차의 매연은 내 숨통을 꽉 막히다 못해

금산의 산하를 진동시키리만큼 우리 부부의 심장을 노크하고 우리의 입가에는

어느덧 손수건이 자리를 잡는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걷는 뻑뻑한 무릎과 타오르는 가슴에 여유의 마음을 가하고자

잠시 길가에 앉아 바나나와 따끈따끈한 배즙 그리고 자유시간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본다.

걸어 올라온 거리가 약 2㎞이니 이제 남은 거리도 2㎞남짓 인 듯 싶어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새벽 6시 40분쯤 우린 보리암에 도착할 수 있었고 보리암 기도처를

잠시 둘러본 우린 남해의 쪽빛 바다에서 장엄하게 불타오를 여명을 맞이할 둥지를

찾기 위하여 금산의 정상에 오르는데 오르는 초입부터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어렵게 어렵게 정상에 올라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저 멀리 상주해수욕장

하늘 녘에서는 자꾸만 시커먼 구름이 끼어 장엄한 일출을 맞이하기에는 힘들 듯 싶은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춥고 배고프다는 아내의 투정과 왠지 일출을 감상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으로

인하여 우리는 산사로 무거운 발걸음을 돌린다.

산사에 내려와 잠시 머무는 동안에 먹구름 사이로 잉태되는 갑신년의 붉은 여명은

구름을 뚫고 나오는데 그 모습은 구름을 뚫고 나오느라 지친 듯 힘없이 솟고 있었으나

모두가 함성으로 맞이한다.

나도 그 들의 틈에 끼어 깊은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어본다.

계미년에 이루지 못한 소박한 꿈들일랑 갑신년에는 더욱 찬란하고 영롱한 값진 보배로

이뤄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우리 가족의 건강과 넉넉한 행복 그리고 우리 자식

윤곤과 선곤이가 한 걸음 두 걸음 내딪는 발걸음에 꿈과 보람 희망이 영원히 함께

해주길 기원 드린다.

우리 두 부부 병구와 내 사랑 경하에게도 살아온 날의 기쁨보다도 더 배가된

아름답고 다정다감한 사랑 속에서 넉넉한 행복이 차곡차곡 쌓여주길 빌어본 것이다.

태양 빛에 붉게 물들 남해바다를 감상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우리 나라 3대 기도처

(강원 양양의 낙산사 홍련암/ 강화의 보문사)인 보리암을 뒤로 남겨둔채 보리암 밑

쌍홍문을 빠져나와 상주해수욕장 방면의 하산길로 아쉬운 하산의 걸음을 재촉하여

아침 9시 30분에 금산 매표소에 도착해 아침식사를 나눈다.

아침식사를 나누면서 바라보는 금산은 절경을 이루는 산악공원인 듯 싶다.

금산의 품속에서는 감상하지 못한 또 하나의 장쾌한 전망이 펼쳐진 것이다.

신라 신문왕 3년(683년) 원효대사가 금산에 초당을 짓고 수도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다고 하는 보리암을 중심으로 포진하고 있는 38경에 속하는 쌍홍문, 사선대,

상사암, 암불암, 고제암, 가사굴 등은 춤을 추는 듯 그 웅장함을 더해주고 마음의

넉넉함이 피로를 잊게 해준다.

아침식사를 그렇게 끝낸 우리는 또다시 다음 목적지인 사량도를 들어가기 위하여

남해대교를 빠져나와 사천시의 동화리 선착장에서 청룡호를 이용하여 사량도의

내지 선착장에 오후 12시 45분에 도착된다.

지난 3월에 촉촉히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아내와 함께 찾아왔던 사량도가 아닌가?

내지 선착장에 가볍게 도착한 우리는 산행을 위하여 선착장을 빠져 나오는데

아내는 산행이 싫단다.

지난해 이곳에서 산행을 하다가 봄비에 미끄러져 다친 팔꿈치가 몹시도 가슴을

아프게 하고 하루에 두 번 산행하는 스케즐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산행이 싫다는 아내에게 나의 짬지를 건네주면서 내가 내려올 때까지 이곳에서

맛있는 것 사먹고 편안하게 쉬고 있으리라 전하고서 난 지리망산을 향해 또다시

힘찬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와~~ 하루에 두 번 산행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 인줄

처음으로 느껴보고 또 첫 경험을 해본다.

땀을 뻘뻘 흘리며 금북개를 올려치는데 진달래가 때아닌 꽃망울을 터뜨린 상태로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지리망산 불모산 그리고 가마봉을 조심조심 내려서 옥녀봉을 또다시 힘들게 올려친 후

그곳에서 여장을 풀고서 허기진 배를 잠시 달래본 후 대항리선착장에 오후 3시 50분에

내려와 늘어선 회집들을 두리번두리번 지나는데 어디에서 나를 발견했는지 아내가

쏜살같이 달려와 내 손을 끌어당긴다.

생동감 넘치는 먹음직스런 회와 얼큰한 매운탕으로 아내와 함께 한잔 쭉~~ 하고서

젖갈, 멸치, 파래, 해산물 등을 사들고 집에 돌아오니 어느덧 신년 하루가 지나버리고

신년의 이틀째가 시작되는 날 새벽에 포근한 잠자리에 든다.

이것이 살아가는 소박한 행복이구나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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