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山과 近郊山行記/★명산근교산행

남설악의 가리봉과 주걱봉(03.10.11)

六德(이병구) 2011. 2. 27. 17:23

 

산행일시: 2003년 10월 11일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남설악의 가리봉과 주걱봉을 산행하기 위하여

10월 11일 새벽 5시 30분에 집을나서 사당역에 도착하니 산꾼들이 분주하게

서성이고 있다.

산악회장이 지리산 산행을 떠난 관계로 오늘의 산행에 대하여 총책임을

맡은 관계로 산행에 대하여 간단하게 안내를 하고서 맨  앞좌석에 앉아

신문기사를 뒤적뒤적하다보니 휴게소를 거쳐

10시 15분쯤 산행기점에 도착된다.

40여명의 회원을 이끌고 입산통제 안내표시판 맞은편 계곡으로 접어들어

산을 오르려니 등산로가 보이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회원들을 잠시 대기시키고 계곡을 조금 내려와 지도정치(독도)를

해보니 능선을 치고 오르면 등산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먼저 100m여를 오른 후 대기중이던 회원들을 불러 오르라하고 급오름 길에서

길을 만들어 오르려니 배낭에 자일 2벌과 자킷을 담은 탓으로 배낭의 무게는

나의 어깨에 하중을 더해주고 평소 당기지 않던 장단지가 뻐근해져오며 이마에서는

땀이 샘솟듯 하고 숨소리는 목구멍까지 차 오른다.

그렇게 20여분을 오르니 등산로가 반갑게 맞이하고 길 우측으로는 천연기념물보호비가

산행통제구역임을 알리려는 듯 발걸음을 멈칫하게 만든다.

갈증을 풀고서 널널한 등산로를 따라 속도를 내다보니 11시 35분에 필례령에 도착되고

등산로는 서서히 고도를 더해 가쁜 숨을 몰아쉬게 만든다.

이미 저버린 단풍은 낙엽이 되어 바스락바스락 발걸음의 속도를 알리고 이따금씩

뒤돌아보는 한계령은 구비구비 산세의 위용을 알리려는 듯 멀어져만 간다.

산죽이 양옆으로 펼쳐진 능선길을 따라 가다보니 급오름 봉이 나오고 곳곳에 고사목과

만병초가 산재하고 있어 고산다운 면모를 알려준다.

이렇게 몇 개의 봉오리를 넘다보니 12시 45분에 나를 포함한 4명이 꿈에 그리던 가리봉

(1518.5m)에 도착된다.

가리봉에 도착하니 내설악 장수대 남쪽으로 치솟은 예봉이 너무나도 선명하고

날카롭게 위용을 자랑하고 서쪽에 치솟은 안산은 잡힐 듯 말듯 아른거리고

서북능선따라 형성된 상투바위와 귀떠기청봉 뒤로 보이는 중청과 대청은 흰구름의

운무에 휩싸여 무인도를 연상시키니 이 어찌 내가 감탄하지 않으리...

남설악 동남방향의 십이담계곡을 껴안고 있는 망대암산과 점봉산은 백두대간종주시절을

연상시켜주고 그 지선으로 연결된 작은 점봉산은 한번 만나자 손짓하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니 내 마음이 설례일뿐.....

많은 감탄사를 연발하고서 카메라에 흔적을 담아 가리봉을 조심조심 내려서 암릉구역을

어렵게 지나오니 로프가 설치된 암봉이 위험을 알려 자일을 설치할까 망설이다 혹시

또 있을지도 모르는 지역에 설치하자 맘먹고 가쁜하게 내려와 장군봉을 트레파스하여

안부에 올라서니 13시 55분이다.

이곳까지 함께온 일행 3명을 먼저 가라하고서 장군봉을 올라서는데 여간 힘들지 않을

수 없다.

수직절벽의 바위덩어리는 발끝과 손끝에 혈압을 상승시켜주고 바위틈새에

목숨을 걸고있는 잡목은 옷자락을 잡아당겨 위험을 더해준다.

20여분에 걸쳐 주걱봉 정상에 올라서니 내가 어느 신선이 된 듯 천하가 발 밑이요

파도 출렁이는 선상의 함장이 된 듯한 느낌이다.

넋을 잃은 듯 감상에 젖다가 장군봉을 내려오니 14시 30분이다.

또다시 있는 힘을 다하여 급내리막을 내려서니 우측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나와

혹시 이곳이 느아우골로 내려서는 길이 아닌가 생각하다가 아닐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서 직진의 오르막길에 안내표시를 하고서 오르락내리락하다보니

집채만한 바위가 나와 좌로 돌아 힘들게 올라서니 삼거리 갈림길이다

좌측의 길을 고사목으로 차단시키고 우측으로 올라서 내려서니 급오름길이 나오고

느아우골로 내려서는 길은 나오질 않는다.

조금전 집채만한 바위가 주걱봉이면 느아우골로 내려서는 길이 나와야되고

내가 산행한 시간상으로도 충분한 시간이 흘렀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뇌리를 스쳐 지도정치(독도)를 해보니 아뿔사.......

현재 내가 서있는 이곳은 삼형제봉 밑이 아닌가

방금 돌아온 집채만한 바위는 촛대봉이고 내가 올라왔다 내려온 장군봉이

주걱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 이걸 어찌한단 말인가

난 삼형제봉을 거쳐 내려가도 되는데 나를 따르는 모든 회원들이 이곳으로 올거라는

생각을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초조한 생각이 자꾸만 가슴을 조여댄다.

내가 계획에 없던 주걱봉을 30여분에 걸쳐 올라갔다 오고 오버한 이곳까지를

내 주력으로 30여분을 왔는데 다시 회귀한다면 또 30여분...

1시간 30여분 이라면 그사이에 회원들이 이곳으로 접어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하니

더욱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그래 왔던 길을 뒤돌아 무릎이 뽀사지는 고통을 참아가며 촛대봉을 올라서 무명의

봉우리 하나를 올려치니 회원들이 하나 둘 넘어오기 시작한다.

자초지정을 이야기하고서 안내표시를 잘못했던 삼거리에 도착하니 회원 10여명이

조금 넘게 도착되어있다.

천만다행이다는 생각을하고 긴장을 푸니 온몸에 힘이 쭉빠지고 입천장은 메마른

대지위에서 서성이는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는 느낌이 든다.

잠시 숨을 고른 후 느아우골 급내리막길을 내려서는데 왜 그리도 힘이 드는지...

돌이 많은 너덜지대 숲은 커다란 다래나무와 머루나무로 터널을 만들고 비가 오면

위험하여 내려가지 못할 험한 계곡은 계속하여 이어지는데 옥녀탕에는

언제나 도착될련지.....

1시간이 넘도록 내려가다보니 한계령을 달리는 차량의 굉음이 귓전을 때리고

잠시 후 옥녀탕이 시아에 들어온다.

오후 5시에 옥녀탕 휴게소에 도착하니 산악구조대원들이 웅성거려 가까이 다가서니

주걱봉 앞 트레파스 지역에서 누가 덜어져 죽어 구조하러간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접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넋이 나가는 느낌이 든다.

우리 회원들 중에서 사고가 났다면 난 어떻게 해야되나

아무런 느낌도 생각도 없이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사고 경위에 대하여 자세히 물어보니 불행중 다행히도

우리 회원이 아니고 강릉에서 온 일반 등산객 5명중 1명이란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회원들이 무사히 내려오기를 학수고대하다보니 18시 20여분경에 

12명을 마지막으로 하산을 완료하여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산행대장의 책무는 마지막 대원이 하산하는 그 순간까지 가슴을 조여야한다는 사실을

오늘 또다시 가슴 깊게 느껴보며 담담한 마음으로 지나온 시간들을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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