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03년 9월 6 일
나 혼자서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며 생각해두었던 축령산과 서리산을 옆지와
주위의 몇 사람에게 권하니 옆지는 결혼식에 참여하는 관계로 또 다른 사람들은
비가 온다하여 우중 산행은 싫어서 산행할 수 없다한다.
나 혼자서 차를 몰고가 산행을 해야하나 생각하니 괜실히 마음이 서운해진다.
일요일 방콕행 비행기를 타려하니 답답할 것 같고 그렇다고 친구들과 술잔을
마주치려하니 일주일동안 마시다 시피한 술이 후임자와 동석하기를 꺼려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곰곰히 생각하다못해 산악회에 전화하니 울진의 웅봉산을 무박으로 간다한다.
별 준비도 없이 배낭에 비옷과 여벌옷 그리고 먹거리를 준비하여
토요일(9월 6일) 밤 9시에 집을 나서 사당동에 도착하니 20여명의 회원들이
산행을 떠나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다.
차는 양재동을 거쳐 26명을 싣고 울진의 웅봉산으로 떠나는데
우리가 강릉쯤에 도착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것이 아닌가.
아~~~ 하늘도 무심하시지
용소골을 어찌하여 그렇게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 둔단 말입니까
우중의 산행길에 오른 것을 후회라도 하는 듯 모두들 허무한 마음의
볼멘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리는 비는
나의 가슴을 더욱 내려치기라도 하는 듯 아픔을 전해준다.
우리가 웅봉산의 초입인 덕구온천에 새벽 2시 30분쯤 도착하니 덕구온천의
주차장은 쓸쓸하게 텅 비어있고 빗방울 사이로 흘러나오는 나트륨 불빛만이
근심어린 우리들의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 춤을추며 조용한 산하의 여명을 밝혀준다.
그렇게 걱정을 하며 몇 시간을 보내다가 우린 굳은 결심을 한다.
일단 이곳까지 왔으니 아침을 먹고 6시에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오늘의 산행은 덕구온천에서 온정골-선녀탕-용소폭포-신선샘-원탕(노천탕)
-응봉산-작은당나귀골-제3용소-큰터골-흰바위-요강소-제1용소-방축소
-덕풍계곡-내삼방을 내려와 임원항으로 계획되었으나 덕구온천에서
옛재능선을 따라 웅봉산에 오른 후 온정골로 하산하여 온천욕을 즐긴 후
임원항에서 회 한사라에 쐐주를 마신 후 상경하기로 수정한 것이다.
아침식사를 5시 30분에 끝마친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6시에 버스로
옛재능선 초입으로 이동한다.
비가 내리는 관계로 몇몇회원은 산행을 포기하고 산에 오르는 사람은 23명이다.
어느 산과 별다를 것 없이 능선길을 따라 비를 맞으며 오르다보니 산허리를
휘감고 걸쳐진 운해는 안식처를 찾지 못한 듯 오르락내리락 하고 소나무 숲
사이로 덜어지는 빗방울은 조용한 산사의 처마 밑 낙수물과도 흡사하게
무아지경의 내 마음 깊은 곳에 아롱아롱 매달려 은율을 탄다.
등산로 양옆으로 늘어선 소나무는 동해의 해풍으로 축복이라도 받은 듯
쭉~~빠진 아름다운 여인의 아랫도리와도 흡사하게 쭉쭉빵빵 늘어서 아름다운
작태를 뽑내고 있다.
내 그 동안 백두대간 능선을 파도타듯 오르락내리락 해봤어도
이렇게 아름다운 소나무가 신선한 마음의 양식을 전해준 것이 열 손가락 안에서
그들의 존재를 심어주었는데....
주인을 잃은 듯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는 벌거숭이 묘지 몇기를 지나면서
이런 저런 생각과 상념 속에서 전형적인 육산으로 형성된 옛재길을 널널하게
오르다보니 7시 50분쯤 응봉산 정상에 나는 도착할 수 있었고 나는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도 왔다간 흔적을 남기기 위하여 카메라에 그 흔적을 담고서
갈수없고 볼 수 없는 용소골을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며 하산길로 접어든다.
뚝 떨어지는 하산길을 내려와 온정골로 접어드니 흐르는 계곡수는
철분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부유물이 많이 섞여서 그런지 황색의 빛깔로
내가 가야할 길을 그의 품에 안고서 징검징검 건너라하니 얄미워 보이고
아랫도리를 후들후들 덜고있는 회원들의 모습은 입가에 미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작년에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아픈 상처로 인하여 계곡 중간중간을 반복적으로
건너야하는 등산로는 그때마다 등산복으로 곱게 치장한 여인들을 남정내들의
포근한 등에 의지하게 만들고 물살을 헤치며 투벅투벅 건너는 남정내들의 발걸음은
나무꾼이 된 느낌이다.
9시 15분쯤 우리는 원탕(노천탕)에 도착되고 그곳은 사막에 펼쳐진 송유관
파이프라인과도 흡사하게 온천수 파이프가 설치되고 하늘높이 치솟는 온천수는
선녀와 나무꾼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땀과 비에 젖은 육신을 씻고 가라한다.
아내의 따뜻한 입김과 같이 솟아오르는 온천수로 세면을 하고 파이프라인을 따라
형성된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니 효자샘이라 불리는 신선샘이 갈증을 풀고 가라하고
용소폭포 마당소 아래 형성된 선녀탕은 나무군의 눈망울에 총기를 불어 넣어준다.
9시 50분에 선녀탕을 출발하여 벽산가족콘도를 지나 덕구온천에 다시 도착하니
10시 20분이다.
우린 덕구온천에서 온천욕으로 심신의 피로를 풀고서 12시 40분에 아쉬움과 미련이
교차하는 웅봉산을 빠져나와 사우나로 빼앗긴 수분을 보충하고자 임원항에 들러
먹음직스런 회와 쐐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서 오후 2시 30분에 동해안의 해변을 따라
쏘다지는 빗줄기를 가르며 상경길에 오른다.
언젠가는 찾아 가야할 용소골을 그리워하면서 말이다.
용소골 그대의 품에 안길 그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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