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산행/★백두대간

대관령-선자령-노인봉-진고개 산행후기

六德(이병구) 2011. 2. 27. 14:41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다하여 쬐매 신경이 쓰였네요
차라리 집에서 컴의 자판이나 두들길까 생각도 했지요
아니지 그래도 내가 약속한 것이니 약속에 대한 책임은
있어야 되겠다 라는 생각을 다시 하고서
선자령 노인봉을 산행하기 위하여 집을 나섰지요
가벼운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립고 또 반가운 얼굴들과 마음의 정을 나누고자
바쁜 마음으로 허겁지겁 달려갔었지요.
연애시절 사랑하는 우리 경하를 만나러 가는
느낌처럼 말입니다.
설레는 마음을 억지로 참아가며 님의 앞에서는
자세를 흐트러지지 않게 위엄을 갖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어느 때와 같이 우리를 태운 차는 20일 밤 11시가 조금 못되어
양재동에 도착하여 한사람 두사람 반가운 님들이 승차하였네요
그런데 한사람이 보이질 않았어요
11시가 넘어도 님은 나타나질 않고 연락도 되지않고...
모두들 궁금해했지요

천신만고 끝에 그 님은 한사람과 연락이 됐고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그 놈의 술이 병이지 뭡니까?

사실 이 사람도 월드컵 경기 때 응원합답시고
술의 자제력을 상실하여 이제 정신좀 차릴려고
내 자신과의 싸움을 버리고 있지요
산행지에서는 가능한 한 禁酒를 하겠다고
완전히 끊은 것이 아니고 "가능한 한"이 말이 핵심이지요

사실 술이 없으면 인생사는 맛이 나지 않거든요
때론 술의 힘을 빌어 용기도 내어보고, 실수도하고
미친척 응석도 부려보고.....
연애할 때는 필수 불가결한 방법중의 하나이지 않습니까?

오늘은 술이란 그런 사연이 있어 뜻하지 않은 복병으로 인하여
출발 시간이 많이 지연되었네요
그래도 대관령에 도착하니 21일 새벽 3시가 조금 못되었더군요

난 무거운 눈꺼풀을 힘들게 올리고 주섬주섬 산행준비를 하였지요
비옷도 챙겨넣고 아내가 싸준 커피와 아침밥
그리고 몇개의 과일도 챙겼지요
내려와서 먹을 점심밥과 갈아입을 옷은 신주모시 듯
얌전하게 정리해 두었고요

그럭저럭 산행준비를 끝마치고 밖으로 나와보니
다행이 비는 내리지 않고 저 앞 능경봉을 중심으로
운무만 뿌옇게 끼여있더군요
참 답답하더라구요

그도 그럴것이 지난주 고통을 안겨주었던 능경봉은
너 또 잘 만났다 또 한번 고생해보라고 엄포놓는 듯
하니 괴로운 거지요.

먼발치 자리잡고 있는 네온싸인은 그래도 희망을 주고
새벽하늘아래 대관령 고개넘어 불어오는 심상찮은 차가운 바람은
끓어오르는 정기를 안정시켜주며 님의 소식을 전해주더군요
또한 옛 정취를 느끼고자 대관령 고개를 간간히 넘나드는
차량의 헤드라이트는 내 맘속 깊은곳을 밝혀주는 듯 했지요.

한때는 여행객으로 성시를 누렸던 대관령 휴게소
그 휴게소에서 우리는 모처럼 스트레칭을 했어요
팔운동, 다리운동, 무릎운동, 목운동, 피티체조등등....
다들 잘 따러하더군요
나만 쏠로로 했지요

드디어 우리는 03시 15분에 출발을 했습니다.
오늘도 내가 먼 앞에서 무정기를 들고 출발의 신호를 했지요
체력도 변변찮은 내가 말입니다.

시멘트 길을 따라가다 국사성황당 길을 택했어요
山行紙에는 임도를 따라 가라고 되어있으나
국사성황당에 환하게 밝혀놓은 촛불은 봐야될 것 같기에
그 길을 택했지요

국사성황당 앞에서 성황당을 우측에 끼고 뒷편 야산으로
올려 챘습니다.
1차 종주 때 길을 찾느라 고생을 한 덕분에
오늘은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었지요
산을 올려쳐 조그마한 돌담을 오르니 임도가 나오더군요
조금더 위로 올라가면 돌담 넘기가 여간 쉽지 않거든요

널널하게 진행하니 통신중계소가 나오고
통신중계소를 우측에 끼고 좌측으로 내려서
중계소 뒷편으로 돌아서니 널널한 숲길이 이어지더라구요

서서히 속도를 냈지요
내 뒤로 김도섭씨 박성기씨 그리고 초등생 심민규등등..
그 뒤로는 모르겠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다보니 위성 안테나가 또하나 나왔어요
그때 K3가 저를 무전으로 부르더군요.
그래서 난 나의 위치를 확인시켜주고 한일농장목초지 옆을 마음껏
달렸지요
속도감이 나더라구요

좌측으로 뚝 떨어지는 임도가 나왔어요
일부 대원들이 임도를 따라 내려가기에 올라 오라 호르라기를 불어
소리치고 우린 그곳에서 직전하여 숲속으로 들어갔네요
또 한참을 달렸어요
달리기가 무척 좋았지요
촉촉이 젖어있는 황토와 마사가 양탄자 같았어요

혼주의 손을 살며시 붙잡고 식장에 들어서는 신부를 맞이하러 나가는
신랑의 발걸음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게 속도를 낼 수 있었어요
사랑하는 두 아들녀석, 그리고 그들과 옥신각신 다투어야하는
영원한 내 반려자 경하와 함께 걷지 못함을 아쉬워하면서...
그래도 이 순간은 한마디로 따봉이었습니다.

잠시 후 1157m의 선자령이 나오고 뒤 이어 곤신봉이 손짓하더군요
그 시간이 새벽 05시 05분 이였지요
곤신봉에는 한문으로 仙子嶺이라 표시되어 있더라구요
계곡이 아니라서 선녀가 아닌 仙男이 놀던 곳인가 봐요
아마 牧童을 仙子라 표현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곤신봉을 조금 지나니 삼거리 임도가 나왔어요
갑자가 머리가 혼란스러워 지데요
두 번째 가는 길인데...
1차 때에는 길을 잘도 찾아갔는데....
1차 때에는 사랑하는 경하의 힘이 컸던 것 같아요
주인 빽 믿고 의기 양양하게 꼬리 흔들어대는 견공처럼
나도 그랬나봐요

한 대원이 우측으로 가자고 하여 난 독도를 했지요
독도를 해보니 직선거리가 북서쪽이고 우측길은 정북이더라구요
그래서 직선거리라 생각하고 조금 가다보니 저 앞 철탑근처에서
몇 명이 서성이고 있더군요
그래 이 길이다 하고서 김수경씨 김윤소씨 나 이렇게 3명이서
그 곳을 향해 갔지요

가다보니 산토끼 녀석이 초원에서 편안하게 이른 아침 식사를 하다말고
다급하게 숲 속으로 뛰어들더라구요
실룩 실룩거리는 녀석의 콧잔등을 만지며 놀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목초지를 가로질러 그곳에 도착하니 그 사람들은 길을 잃고
의견이 분분하여 그 곳에 있었던 거예요

우리 뒤를 따라 왔던 대원들이 철탑 넘어 목장입구 삼거리에서도
우왕자왕 하고 있더군요
난 모두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것을 알리고 조금 전 그 3거리로
앞서 출발하였지요

그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돌아 진행하다보니 길이 꺾여 있더라구요
북서쪽으로 말입니다.

조금 진행하다보니 1차 때 일출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었던
동해전망대가 나오더군요
무전으로 K2, K3에게 우리의 위치를 확인시켜주고
임도를 따라 조금 진행하다보니 임도 옆 계곡에서
맑은 물이 샘솟더군요

몸에 좋을거라 생각하고 한모금 했네요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더라구요
첫 키스에서 느끼는 감정처럼 말입니다
조금은 과장된 것 같지요

다시 매봉을 지나 참나무 숲을 지나고
초원에 듬성듬성 서있는 정원수 같은
소나무를 감상하며 숲 속으로 접어드니
진고개가 약 10㎞여 남아있다고 표시되어있더군요
벌써 약14㎞를 걸어왔던 거지요

누군가 뒤에서 아침밥을 먹고 가자고 소리쳤어요
그래서 7시에 밥을 먹자고 하고서 진행하다 보니
능선 옆 계곡에서 계곡수가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그곳에 좌판을 벌렸지요

다른 사람들은 행동식으로 떡과 빵을 먹고
난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밥을 먹었지요
곡기 끊어지면 죽을까봐 난 밥밖에 모르기 때문이지요
김도섭씨가 오이 냉국을 주더군요
참 맛있더라구요
난 육계장이나 사골 국물은 가지고 다녀봤으나
오이 냉국은 처음 맛보았거든요
밥 먹고 입가심으로 다른 것도 쬐매 먹었네요

그런데 옆에 흐르는 물이 가슴 설레게 하더군요
발가벗고 뛰어들고 싶은 심정도 생기더라구요
이마에 흐르는 육수를 씻어내기 위하여 말입니다.

그렇게 모처럼 30여분을 푹 쉬고 출발했지요
어설픈 오르막길을 올려치다 보니 진고개 쪽에서
출발한 산꾼들이 내려오더군요
그들은 진고개에서 새벽 4시 30분에 출발했데요
우린 대관령에서 새벽 3시 15분에 출발했는데...

잠시 후 전봇대가 늘어선 소황병산에 도착했네요
2001년 4월 29일에는 이곳에서 황병산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황병산의 작태를 바라보며 풀밭에서
둥글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온통 사방 팔방이 운무에 끼어 분간할 수
없었어요

뚝 떨어지는 참나무 숲길을 내려서니
오대산 노인봉이 1.7㎞남아있다는 푯말이 나오데요
비축했던 힘을 마지막으로 꺼내어 풀어놓으니
노인봉 산장에 아침 9시 15분에 도착되더군요

털보 산장지기가 쭉쭉빵빵 견공과 함께
우릴 반갑게 맞이하여 주고 몇몇 대원들이
시원한 막걸리를 한사발 비워버리데요
난 속으로 입맛 다셨지요
내가 산행 중에는 당분간 술을 멀리하겠다고
다짐하였기 때문에....

노인봉을 돌아 진고개로 뚝 떨어지니
오전 10시 15분이더군요
이렇게 24㎞의 거리를 7시간에 걸쳐 마무리 짖고
시원하게 옷을 갈아입고서 후미가 오기를 기다렸지요
무전으로 교신을 하며 때론 안전산행을 부탁하고...
그런데 후미는 그로부터 약4시간 뒤인 오후 2시에
도착되었어요.
오늘 처음으로 온 여성대원이 무리한 산행을 하였기에
그렇게 되었던거지요
참 무던히도 인내심을 길렀던 하루의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