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산행/★백두대간

백봉령-자병산-석병산-삽당령 산행후기

六德(이병구) 2011. 2. 27. 14:39

제 5호 태풍 라마순이 우리 한반도에
머물고 있는 오늘(7월 6일)

난 그동안 바쁜일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백두대간길에 나서기 위하여 산행준비를 한다.

아내는 의아해하고 아들녀석은 될 수 있으면
참여하지 말라하며 나의 산행길을 막지만
오늘부터 참여하기로 약속하였기에
난 비옷, 여벌옷, 간단한 행동식을
준비하여 우리 대원들과 합류하기 위하여
집을 나선다.
그것도 비장한 마음으로.....

아직까지는 하늘도 우리편인 듯 싶다.
양재동에 도착하니 우리처럼 정신이 나간
산꾼들이 자기가 가고픈 산행버스를
찾느라 야단법석이다.

우리 대원 22명(남자:18명, 여자:4명)은
어둠속을 달려와 백봉령에서
7월 7일 새벽 4:00부터 랜턴을
들고 산행을 시작하기 위하여
오늘 산행지도를 받아들고
하차하기 시작한다.

태풍 라마순의 영향으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 계절에 맞지않게 한기가 살결을
파고드는 듯 몸이 움추려진다.

산행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하고서
드디어 산행이 시작된다.

그동안 선두와 후미를 중간에서
연결하여 주었던 난 오늘은 중간에서
가교 역활을 하지않고 선두에서
가이드를 하기로 되어있다.

한사람 두사람 하차지점에서
우측 능선을 따라 오르다
42번 철탑에서 남서쪽(좌측방향)으로
급히 꺾어 내려간다.

산죽 밑에 넘어져 있는 통나무로
인하여 난 윽~~ 소리와 함께
힘없이 앞에 푹 쓰러지고 만다.

43번의 철탑을 지나 한라시멘트에서
석회석을 채취하는 입구에 도착된다.
그 때의 시간이 출발로부터 30분이 경과되었을까?
난 44번 45번 46번의 철탑으로 향하는 길을 찾기 위하여
1차 종주시절 진입했던 길을 랜턴으로 찾아본다.

사실 흙을 파헤쳐 놓은 앞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땅이 질퍽거려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소나무 숲길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등반대장이 도착하여 아스팔트길을
이용하여 진행하자고 요청한다.

등반대장의 요청에 따라 42번 국도를 따라
조금 진행하다보니 하늘도 무심하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마음속깊이 발원해본다.
님이여! 이 비를 멈추어주옵소서..
우리가 가는 길에 축복을 주옵시고
강건한 용기와 굳은 신념을 주옵소서
그리하여 우리가 뜻한 일을 이울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

그러나 빗줄기는 더욱 강해지고
우리는 수중 전을 강행해야 했다.

42번 국도를 따라 진행하다 우측 산으로
접어들은 후 길이 없는 숲을 가로질러
저멀리 보이는 여러 철탑중 제일 높이 솟은
철탑을 향하여 김수근형님과 함께 먼저
답사를 나간다.
다행히 그 철탑이 진행길 일거라 예측하고
무전으로 뒤에 있는 대원들을 불러본다.

가시덩쿨을 헤치고 쓰러져 넘어진 잡목을
피해가며 힘들게 찾아가니 46번 철탑이다.

빗속에서 기쁨을 참아가며 우리는 그곳부터
본격적인 산행 경주를 시작한다.
쏘다지는 비를 흠뻑 맞아가며 앞으로 넘어지고
뒤로 넘어지고 그야말로 엎어지고 뒤집어지고....

이건 산행이 아니라 논산의 황산벌에서 훈련받던
훈련병 시절이 재현되는 듯 싶었다.
각개전투장에서 적진을 향하여 돌진하는
병사처럼.....

죽을힘을 다하여 힘들게 오르락 내리락을
거듭하다보니 6시에 생계령에 우리 선발대
4명이 도착된다.

쏘다지는 빗속에서도 빨갛게 작태를 뽐내는
싸리꽃이 웃음을 전해주고 모든 풍파를 겪으며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는 노송은
우리 마음을 더욱 굳건하게 하여준다.

사방은 안개에 끼어 보이질 않고 빗발사이로
보이는 건 우리가 가야할 발 아래의 길뿐이다.

이제 무릎이 떨어지질 않는다.
젖어버린 바지가 무릎에 달라붙고
신발은 철떡철떡 소리를 내며 바닷개가
거품을 품어내는 것처럼 방울방울 거품이
올라오고 가슴속에서는 하다못해 쓴맛이
넘쳐 나온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하여 길가에
발갛게 달려있는 복근자 열매를
따먹고 머리위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오디를 몇 개를 따 입에 넣고서
서로가 개탄한다.

이 고생을 왜 한단 말인가?
누가 시켰단 말인가?

분명 우리가 선택한 것이고
우리는 정신이 나간 것이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며
위안을 삼아보고 무전기로 후미를 불러본다
여기는 K1
K2, K3 나와라
지금 어디에 오고 있습니까?

K2는 우리와 40분 후방에 있고
K1은 46번 철탑에 있다한다.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아니 가는 걸음을 붙잡으니 더욱 답답하다.

가시잡목이 발걸음을 붙잡고 스치는 손을
침이라도 놓는 듯 콕콕 찔리고 살결을
도려내는 아픔이 자극한다.

또다시 900봉을 힘겹게 올려치지만
도저히 진행이 되질 않는다.

내 자신이 원망스럽고 하늘이 원망스러워진다.
옆에 있는 나무를 붙들어 잡으며 한걸음 한걸음
진행하다보니 가시잡목이 길을 막고있는 900봉이다.

올라오기가 무섭게 또다시 허망하게 떨어져 내려간다.
잡목을 헤치며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진행한다.
우린 쏘다지는 비를 피하여 숲속에 들어가
아침을 먹는다.
옹기종기 서서 이것저것 먹는다.
빗속에서 서서 아침을 먹어보기는
작년 이때쯤 덕유산악회를 따라
지리산 화엄사에서 코재를 올라가
먹어본 후 이번이 두 번째인 듯 싶다.

나 혼자만이 밥을 먹고 다른 대원들은
미수가루, 떡, 과일, 빵등으로 요기를 한다.

밥 먹기가 무섭게 아니 마지막 들어간 녀석이
식도를 막 통과하기가 무섭게 또다시 목적지를
향하여 진군을 한다.
남봉(908봉)을 거쳐 석병산(일월봉)입구에
도착된다.
그 시간이 아침 08:00정도 된 듯 싶다.
앞의 일월봉 정상(15분거리)을 미련으로 남겨두고
좌측으로 급히 떨어져 내려가 석병산의 그림 같은
기암괴석을 조망하고 카메라에 담아본다.

다행히 30분전쯤부터 하늘도 우리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있었기에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다시 두리봉을 올려친 후 서남쪽으로 급히 꺾어
조심조심 내려간다.
무릎의 통증을 참아가면서 말이다.

사실 한달만에 대간을 하다보니
무릎이 적응이 되질 않는 모양이다.

일반 산행을 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대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 것 같아서....

대간은 말 그대로 주력이 좋아야 하지만
일반 산행은 쉬어가며 세월의 흐름을 인지하고
가는 산행이기에 차이가 클 뿐이다.

힘들게 힘들게 달리다보니 꿈인 듯 생시인 듯
삽답령이 한눈에 들어오고 17㎞의 대장정은
6시간 40분만인 오전 10:40분에
우리 선두는 산행을 끝맺는다.

계획보다는 40여분이 초과되고
대간중 가장 짧은 구간에서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가까운 개울에 가서 진흙탕이 된
신발이며 바지를 그럭저럭 씻고
올라와 막걸리 한잔을 하고있으니
40여분 뒤 중간 그룹(K2)이 오고
그 뒤로 20-30여분 뒤에
마지막 대장(K3)이 도착된다.

다시 여장을 챙겨 뒷풀이를 위하여
강릉으로 기수를 돌린다.

상경하는 길에 오는 10월에 있을
조선일보 주최 춘천국제마라톤에
참여하기 위하여 신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