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산행/★백두대간

삽당령-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 산행기(7/13-14)

六德(이병구) 2011. 2. 27. 14:41

오늘(7월13/14일)은 삽당령에서 대관령까지 25㎞의 산행이 있는 날이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솟아질 듯이 잔뜩 찌프려있고
일기예보에는 내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한다.

오늘 막내처제의 둘째 녀석의 첫돌잔치가 있어
참석한 후 산행을 떠나기 위하여
오후 5시 30분에 가족과 함께 문래동으로 향한다.

돌잔치가 끝나고 잠시 담소를 나누다 보니
밤 9:40분이다
바쁜 마음으로 다급히 뛰쳐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신도림역에
도착하니 그리운 얼굴이 보인다.
다름 아닌 김용식 대원이 오늘 산행에 참여를 했기에.....

그 동안 무릎을 다쳐 마음 고생하다 3주만에 참여한
김용식 대원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고^*^*^*^

우린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산행을 위하여
산행지를 향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달린다.

지난 일요일 비 맞고 내려왔던 삽당령에 도착하니
새벽 3시 20분이다.

도착하자마자 오늘의 산행요령에 대하여 주의사항과
공지사항을 전하고 출발선상에 도열하니 3시 40분
온 사방이 안개가 자욱히 끼어 보이질 않고
마음만 스산할 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비가 내리질 않으니
이 어찌 하늘의 듯이 아니리오.....
분명 천운을 가슴에 품고 달려온 우리가 아니더냐...

오늘 산행에 참여한 인원은 30명
난 선두에 서서 큰 복창으로 "하나"라 외치고
삽당령 산신각 뒤 우측 산속으로 풀밭을 헤치며
진입한다.

아쁠사!
갈대 숲은 안개이슬에 젖어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멋대로 자란 산죽과 갈대는 길을 분간할 수 없게 만든다.

새벽 이슬을 모두 내 몸에 붙이고 잡목과 웃자란 풀을
헤치며 한걸음 두걸음 속도를 낸다.
5분도 못가서 나의 바지는 이슬에 흠뻑 젖어버리고
신발은 철떡철떡 새벽공기를 가르며 삽당령에 울려 퍼진다.

초장부터 이렇게 시작한다면
오늘 체력소모는 뻔한 일이다라는 생각을 하니
한편 용기가 솟구친다.
이건 용기가 아니라 어쩜 오기일지도 모른다.

2001년 4월 14/15일에는 저 멀리에서 불어오는
봄의 향기를 맛보며 한 생명이 잉태하고자 꿈틀거리는
신비로움을 상상하며 벌거숭이 산길을 걸었는데...

어차피 시작한 산행
어차피 망가지는 육신의 겉모습
에라 모르겠다
전국적으로 비도 내린다는데
차라리 오늘 산행은 일찍 끝내버리고 말자
이렇게 다짐하고서 선두에서 줄다름쳐본다.

862봉을 지나 중계소 철탑을 지나니 임도가
잠시 숨을 고르게 맞이한다.
임도에서 밑으로 약30m를 내려서 좌측으로
또다시 올려친다.

능선을 올려치니 대용수동 임도가 나오고
그 곳을 지나 우측으로 꺾어 벌목지대인 방화선을
따라 쭉쭉 내리치다보니 뒤에서 누군가 선두를 불러
뒤돌아보니 대원들이 방화선 입구에서
서성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난 이쪽으로 내려오라 후레쉬 랜턴으로 신호를 보내고
방화선을 따라 무릎까지 올라온 풀밭을 달린다.
방화선 좌측자락에 세찬 풍파를 맞으며 한세월을 보낸
노송이 구면이라 인사를 나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가
외로움을 달래줄 땐 동해의 야경이 지친 몸을
잠시나마 위로하여주며 가는 길에 힘을 실어주었는데
오늘은 힘든 고통으로 지난날을 보상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10여분 동안 방화선을 따라 진행하다
방화선을 우측으로 남겨두고 좌측 숲속으로 진입하여
아침이슬에 흠뻑 젖어버린 몸으로
계속 이어지는 산죽터널과 발목을 붙잡는
잡목지대를 힘들게 지나니 새벽 5시 20분에
석두봉에 도착된다.

석두봉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대원들을 기다리다 보니
내가 중간에서 리더를 할 때 선두그룹을 형성하던
대원 5명이 도착한다.

어둠은 서서히 걷히고 아름들이 참나무에서는
비가 오는 듯 이슬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내 자신의 모습을 훔쳐보니
이건 분명 꼴이꼴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아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편안하게 안식을 취하고 있을 이 시간에
이 고통을 이 고생을 한번도 아니고
왜 두 번째 한단 말인가?
내 자신에게 반문해본다.

1차 종주시절 백두대간 끝나면 명산을 찾아
당일 산행으로 즐긴다고 약속했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접고서 무전으로
K1은 석두봉을 출발한다고 K2, K3에게
교신하니 K2는 이제 방화선을 따라 진행하고
있다 한다.
나와 중간 그룹과는 약 20-30여분 시간차가
있는 듯 싶다.

나와 합류한 대원 5명과 함께 석두봉에서
헬기장을 지나 잡목지대로 진입하니
쭉쭉빵빵 소나무들이 솔향기를 풍기며
삼림욕을 맛 보라 한다.
뒤에서는 누군가 휘파람을 불고 운무는
서서히 걷혀 자연의 신비를 자연의 고귀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의 평온을 찾게 하여준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그 동안 비축한 힘을 발끝에 모아 이를 악물고
급오름길을 힘들게 올려치니
아침 6시 50분에 화란봉(1069m)에 도착된다.

화란봉에서 가야할 닭목재를 바라보고
급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서다 보니
빗방울이 뚝뚝 떨어저 내리기 시작한다
나야 초장부터 이슬에 흠뻑 젖어버린 몸이지만
다른 대원들을 위해선 그래도 지금까지 비를 참아준
하늘이 고마웠는데....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우리 6명이 닭목재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7시 20분경
아침을 먹기 위하여 쏘다지는 비를 피해 인근에 있는
민가를 찾아 사정을 한다.
날파리가 날아다니고 닭똥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헛간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는다.
지나가는 나그네도 이렇게는 밥을 먹지 않을턴데...
나를 비롯한, 이상민대원, 박성기대원, 김수근대원,
김도섭대원, 이경문대원
밥, 떡, 빵, 토마토, 참외등을 먹고 거기에 커피까지
곁들여 마신 후 닭목재의 막걸리를 마음속으로나마
음미하고서 비옷을 둘러입고 진군을 또다시 시작한다.

고랭지 채소밭 위에 잘 나있는 임도를 따라
목적지인 대관령을 향해 빗속을 5명이 걷는다.
김수근대원은 한정희여성대원을 기다리기 위하여
닭목재에 남아 있었기에 5명이 된 것이다.

임도를 버리고 우측 능선으로 접어들어 산행을 하다보니
맹덕 한우목장이 나온다.

날씨가 구진 탓으로 목장의 짐승들도 모두들
우리속으로 들어가버려 목장은 적막감이 감돌고 있고
우리들은 목장 옆 급오름길을 또다시 치고 올라선다.
목장을 반바퀴 돌아 왕산리 제1쉼터에 도착하니
아침 9시다
그때 K2는 닭목재에 있고 K3는 화란봉에 있다한다.

오랜만에 참여한 김용식 대원이 무릎이 아파
하소연을 하며 섭섭함을 무전으로 나에게 전한다.

그토록 중간에서 함께 산행을 하자고 애원했었는데
난 멀리 도망치고 아픈 다리는 또다시 고통을 주니
그 마음이 오죽 했겠는가...
사실 오늘은 그동안 꾸준히 함께 산행한 김선욱형이
점봉산 한구간을 남겨두고 산행에 참여하였기에
추억을 쌓아보자고 김선욱형, 홍순환형, 김용식형
나 이렇게 약속을 하였는데 등반대장이
지난번부터 나는 선두에서 진행하라하니
어떻게 하겠는가
모든 것이 아쉬울 뿐이다.

아쉽고 괴로운 마음을 접고서 2㎞전방에 있는
왕산리 제2쉼터를 향해 다시 출발한다.
쭉 이어지는 오름길을 올라 제2왕산리쉼터에서
김수근형이 가져온 토마토로 요기를 하고서
너덜지대와 급오름길을 올려치니
송천탑이 감전이라도 시키려는 듯 전율을 느끼게
윙윙 소리를 내며 겁을 주고 두 번째 송전탑 밑을
통과하여 진행하다 우측 숲속으로 진입하니
고루포기산 쉼터가 지나가는 산꾼들의 육신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하여 안식처를 마련하여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K3로 부터 무전교신이다.
대원 5명이 힘들어 닭목재에서 탈출한단다.
안전산행을 부탁하고서 잠시 독도를 하는 순간
함께한 대원들은 나를 가로질러 가버려
나 혼자만이 진행을 한다.

고루포기산에서 능경봉까지는 약 4.5㎞의 거리
아침 10시에 고루포기산을 출발하여 좌측의 오목골로
빠지는 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내려서니 전망대가 나오고
저 멀리 영동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의 굉음이
귓전에 닫는다.

횡계현을 지나 오름길을 힘들게 올려치니
사랑의 추억을 쌓으라는 돌탑이 가는 걸음을
붙잡는다.(시간 오전 11시 25분)
돌탑에 그리움과 사랑을 조심조심 쌓으며
무전으로 후미를 불러본다.

중간그룹인 K2는 이제 고루포기산에 도착하고
K3는 왕산리 제 2쉼터에 도착되었다 한다.
선두와 중간과의 시간差는 한시간이 넘고
후미는 더욱 문제다.

김용식 대원은 무릎이 너무 아파 도저히 진행할 수 없어
고루포기산 바로 밑에서 K3와 함께 횡계로 탈출한다고 한다.
가슴이 아픈 일이다.
왠만하면 진행할턴데 오죽 힘들면 탈출하겠는가....

있는 힘을 다하여 능경봉을 올라서니
대관령 휴게소까지는 1.8㎞라 한다.
급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앞으로 뒤로 번갈아가며
내려서 휴게소 직전에 있는 약수터에 11시 50분에
도착된다.
그 곳에서 진흙투성이가된 몸을 추수리고
내려오니 닭목재에서 탈출한 대원들이
도착하여 반겨주고 하루의 산행을 끝마친다.
그로부터 후미 대원 8명이 차례차례 하산하니
오후 2시 40분이다.
그래서 선두와 후미는 약 2시간 40여분의
시간차를 두고 산행을 한 것이다.

마지막 도착한 대원들에게 3시에 출발하겠으니
빨리 식사를 끝마치라 공지하고 잠시 생각해 본다.

오늘 하루 25㎞의 산행을 수중전으로
8시간 10여분에 걸쳐 무사히 산행을 끝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