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산행/★백두대간

부항령-삼도봉-화주봉-우두령 산행기

六德(이병구) 2011. 2. 27. 14:42

오늘(2002년 7월 27-28일)은 백두대간 산행이 없어 일칠회원들과 함께
춘천에 있는 바위산(858m)과 매봉(800m)을 산행할까 생각했는데
김선욱형과 김용식형이 부항령에서 우두령까지 산행을 빼먹었다고
나더러 함께 가자고하여 win-win자유인산악회에 참여하기로 한 날이다.
석기봉과 민주지산을 아르바이트할 것을 다짐하고서 말이다.

산행버스에 승차하니 그리운 얼굴들이 보인다
다름 아닌 부천에 거주하시는 홍어회아저씨인 정 선생님!
나를 무척이나 반갑게 대해주시는 정 선생님이 아닌가.

정 선생님과의 인연은 내가 선두가이드를 하던 시절에
우연찮게 맺어졌었다
2000년 2월20일 빼재에서 덕산재 산행할 때에
삼봉산(1254m) 근처에서 사고를 당하여 내 아내와 함께
동행하였던 산행을 잊지 못하시는 것이다.
사실 큰일날뻔한 사고였으니까 말이다.

오늘 산행에 참여한 인원은 30명
산행안내지와 맛있어 보이는 백설기 떡이 나누어지고
등반대장의 산행안내가 시작된다.

어느덧 우린 휴게소에 도착되고 휴게소에서 잠시 파티가
벌어진다.
정 선생님께서 홍어회를 박스로 가져오셨기에 휴게소에서
좌판을 벌린 것이다.
소주한잔에 홍어회 한점을 입에 넣으니 그 맛이 착 달라붙는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아 나머지는 하산할 때에 먹기로 하고
차량에 다시 탑승하여 소등을 하고서 잠시 수면을 취해본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28일 새벽 3시에 부항령의 삼도봉 터널 입구에 도착된다.
주위는 온통 운무에 가려져 보이질 않고 마음만 스산할 뿐이다.

등산화의 끈을 잡아당겨 단단히 묵고 3시 15분에 안테나(송신탑)를 지나
삼도봉터널 위를 조심조심 올려치다 좌측능선을 따라 들머리 한다.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고 우거진 잡목과 넝쿨들이 발걸음을
잡아당긴다.

이마에는 뽀송뽀송 땀방울이 맺히고 운무와 함께 불어오는
새벽바람은 아침인사를 정겹게 나눈다.
능선을 치고 오를땐 발걸음이 정체되어 불편하고
민주지산이 자리잡고 있는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때마침 앞서가던 등반대장이 타는 갈증을 풀고 가자한다.
그 때의 시간이 부항령으로부터 1시간쯤 흘렀을까?
난 이때다 싶어 김선욱형과 김용식형을 다급히 재촉했다.

선욱형을 선두로 나 그리고 용식형
우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잡목과 억새에 맺어있던 안개비는 우리의 신발과 옷을
흠뻑 젖어 무개를 더해주고 머리위해서는 안개비가
뚝뚝 떨어져 졸음을 느끼게 만든다.

밀림의 정글을 정찰하는 수색대요원처럼 우리도
너울어진 억새와 넝쿨을 해치며 새벽공기를
가르는 고행의 숨결을 토해낸다.
헉헉거리는 숨결은 고만고만한 봉우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발걸음과 호흡을 맞추어 구슬픔을 자아낸다.

암봉을 힘겹게 오르니 숨돌릴 겨를도 없이 곧바로 뚝 떨어져 내린다.
누군가 나에게 내려올 길을 왜 힘들게 오르냐고 했던가?

1170m봉을 힘겹게 올려치니 벌거숭이 상태의 옛 목장지대가
한숨 돌리게 만든다.
목장지대의 옛 임도를 따라가다 능선으로 진입하여
오르락내리락하다보니 해인리로 떨어지는 갈림길이 나오고
또다시 올려치니 6시 40분에 우린 화합의 장인 삼도봉에 도착된다.

삼도봉에서 석기봉까지는 1.4Km요 민주지산까지는 4.2Km라한다.
그럼 왕복 8Km!
2시간이면 충분히 달려갔다 올 시간
선욱형에게 아르바이트할 것을 제안한다.
선욱형은 OK,
용식형은 무릎이 고장나서 갈수 없으니 다녀오란다.
여기까지도 진통제 3알로 버티고 왔다는데.....
마음이 답답해져 온다

오늘의 목적은 운무에 가려져 보이질 않는
발치아래 민주지산인데......
고민을하고 있는데 몇분이 바로 뒤따라 도착되고
이어서 정 선생님이 도착하신다.

우린 모든 것을 아쉬움으로 남겨두고 삼도봉 밑에서
정 선생님이 즉석요리한 맛있는 햄김치 찌게로
아침식사를 하고 술도 한잔 짠......
다시 주섬주섬 챙겨들고 우두령을 향하여 떠난다.
통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서서 다시 완만한 길을 따라 간다.
아무런 생각없이 앞사람을 따라 또다시 통나무 계단을 내려선다.
아쁠사 이건 물한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아닌가.
난 모두들 뒤돌아 갈 것을 권하고 약100m를 후퇴하여
억새가 우거져있는 능선길로 접어든다.

다람쥐 녀석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쏜살같이 달아난다.
갑자기 울 인생살이가 다람쥐 채바귀 돌듯이 하는 인생처럼
이란 단어가 스쳐지나간다.
그래 우리 인생사 먼 훗날 뒤돌아보기 위하여 추억이나 쌓아보자
정글을 헤치며 달려온 우리의 추억을 카메라에 담기위하여
포즈를 취해보나 운무가 앞을 가려 뿌연할 뿐이다.

우리 3명은 이렇게 선두에 서서 힘든 오르막을
오르락내리락 파도타기를 연출하고 1175m봉을
힘겹게 올려치니 또다시 암릉구간을 뚝 떨어져 내린다.
20여분을 더 진행하니 화주봉이 뿌연 운무를 머금고 우릴 맞이한다.

우린 그곳에서 다시 카메라의 후레쉬를 터뜨리고 우두령으로
조심조심 뚝 떨어지니 11시 20분에 우두령의 매일유업 김천공장 앞에 도착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버린 몸을 어찌할 바를 모르고
1시간 넘게 서성이다보니 산행 버스가 물한계곡으로
떨어진 대원들을 태우고 나타난다.

뒤이어 정 선생님이 많은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도착되니 모두들 안심이요
돌아오는 길에 계곡에 내려가 몸단장을 하고
남아있던 홍어회로 회포를 풀고서 산행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