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새벽공기를 타고 멜로디 소리가 은은히 우리 안방에 울려 퍼진다.
멜로디 소리에 리듬을 맞추어 우리 아내가 주섬주섬 옻을 걸치고
일어난다
그 소리에 나도 덩달아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무엇인가를 찾아
헤맨다.
내손에 잡힌 건 다름 아닌 00....
주섬주섬 옻을 걸치고 거실에 나와 아들녀석들을 깨운다.
방을 나서는 녀석들의 인상은 차마 말로서는 표현할 수 없을 그러한 인상이다.
아침에 비나 내려버리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잠자리에 들었던 녀석의 희망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고 달구지를 끌기 위하여 볏짚신발을 신는 망아지처럼
그들의 발에는 몇일전 준비한 등산화가 양발 위에 신기어진다.
잠시 후 난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수화기를 들고 이종기씨를 확인한다.
혹시라도 늦잠에 취해 산행에 차질이 있을가봐 확인한 것이다.
아침을 가볍게 먹고 우리 4식구는 배낭을 하나씩 걸치고 대문은 나선다
어느때 같으면 우리 찰리 녀석이 함께 가자고 발을 동동거리며 짖어 델텐데....
조금은 못내 아쉬웠다
지금쯤 어디에 살고 있을련지 아니면 그 누구의 배속에 흔적을 남기거나 길거리에서
무참하게 일생을 마쳤는지.....
찰리는 다름아닌 우리 애뿐 발바리 숫 강아지였는데 작년 12월말 어느날 가출하고 말았다
이런 저런 생각 속에 대문을 나선 우리는 어느덧 홍대전철역에 도착했다.
홍대전철역을 출발한 우리는 약속대로 신도림역에서 이종기씨가족과 함께 합류를 했다.
태백산 눈꽃축제를 향하는 버스에 우리는 모든 것을 의지하고 신도림역을 출발 사당역을
거쳐 양재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왠말인가?
다른 산악회의 차에는 산행객들이 가득가득 찾는데 우리 산행버스는 텅텅비어 굼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허기진 배를 조금이라도 채우고싶어 정대장님과 함께 산행객들의 틈을 비집고 다녀보았으나
노력의 대가는 허무함과 쓸쓸함이 교차하는 미안함 뿐이였다.
내 자신이 미워지기도 했다.
내 자신이 미워지고 미안한 그 마음은 외롭게 마음 고생할 정대장님의 그 심정을
대신하지는 못할 것이건만 그래도.....
이 모든 것이 누구의 잘못이고 누구의 실책이란 말인가
순간 내 자신보다는 대장과 팀장이 야속한 느낌이 든다.
우리를 실은 백마는 양재동의 슬픈 찬가에 떠밀려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몹시도 성난 듯 아니 그 누구에게 화풀이라도 하려는 듯 태백산을 향하여
달린다.
태백산아 내가 간다!
네가 있기에 내가 가고 내가 너를 찾음으로서 네가 빛나는 구나
너와 나는 어찌하여 이렇게 만나야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내가 태백산을 찾는 것은 이번이 3번째인 모양이다
내가 처음 태백산을 찾았을 때에는 육수가 비오듯 흘러내리는 여름날 4집 식구 8명이
봉고차를 몰고와 운무를 헤치며 천재단과 문수봉을 찾았고
그 다음에는 백두대간 1차종주시절 아내와 함께 찾아왔었으나 겨울 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난 매년 가족과 함께 소백산과 설악산을 겨울과 여름에 산행해 왔었으나 올해는
시간이 없어 대간 산행이 없는 오늘 태백산을 찾게 된 것이다.
사실 오늘은 우리팀들이 북한산을 산행하기로 약속한 날인데 비난을 무릅쓰고
가족산행을 강행하게 되었다.
이윽고 차는 화방재에 도착하고 12시가 다 되어간다.
화방재에 도착했으나 그곳은 관리공단측에서 산행을 통제하여 우리는 부득이
유일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야 됐다.
왠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도 왔을까?
연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산악회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인파가 붐비고 있었다.
우린 매표소 입구에서 여장을 다시 점검한 다음 산행을 시작했다.
한걸음 한걸음 천재단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인파 속을 헤집고 달리다보니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머리카락에 맺힌 땀방울은 어린시절 초가집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처럼
동심을 자아낸다.
잠시 후 배가 고픈 듯 아내가 밥을 먹고 산행을 하자고 한다.
하산시간 오후 5시를 지키기 위하여 때론 산행행렬을 이탈하여 오르기도하고 달려본다.
산행도중 주목나무에 핀 설화를 배경으로 카메라에 추억을 담아가며 마음과 마음속에
부푼 이상과 태백산의 정기를 가슴속에 가득 담아본다.
우린 천재단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문수봉을 거쳐 당골로 하산하려 했으나
시간이 없고 또 집에서부터 준비해온 비닐포장을 이용하여 오리궁둥이 히프스키를 줄길 겸해서 곧장 당골로 내려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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