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산행/★백두대간

황장산-옥녀봉 산행기

六德(이병구) 2011. 2. 27. 14:26

- 황장산-옥녀봉 산행기 -

- 이 병 구 -


몇일 전부터 목과 어깨가 아파 이번 산행(4월 20/21일)을 쉬고 싶었다.

그러나 주위의 간곡한 참여 요구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산행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몸은 아파도 마음은 언제나 산을 향해 들떠있는 몸이라서...

배낭은 최대한 가볍게 꾸렸다.

아침은 쇠고기를 갈아 만든 주먹밥과 단무지를, 점심식사는 찬이 없는

도시락을 준비하고서 신도림으로 떠난다.

그런데 신도림에 도착해보니 김용식대원이 보이질 않는다.

2시간 전만해도 나에게 전화하여 산에가자고 간곡히 요구하던 사람이

보이질 않는 것이다.

전화를 하여도 받지 않고 메시지를 남겨도 연락이 없다

할 수없이 우리는 차량의 코스대로 회원들을 향해 차를 돌려야 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깨의 통증이 더해왔고 괜시리 산에 가는

모양이다라는 생각이 내 자신을 질책하는 것 같았다.

오늘 참여한 사람들은 백두대간 팀과 가끔 참여하는 팀들이

반반이었으며 거기에는 1차팀의 이용묵씨와 70순의 신선생님이

참여하였다.

빠르게 달리는 차량의 행렬속에 우리도 끼어 황장산을 향해 달린다.

이윽고 우리를 태운 차는 문경시 동로면 생달리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잠깐 수면을 연장한다.

싸늘한 밤 기운을 맞으며 시트에 자유자제로 기대거나 누어 잠을 자던

우리는 3시 35분부터 산행준비를 한다.

등산화 신발을 조여 매고 랜턴을 점검하고서 배낭을 들고 밖으로 나온다

밤 기운이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김도섭대원의 지휘에 따라 스트레칭을 한다.

목운동, 팔운동, 어깨운동, 다리운동등등 하나, 둘, 셋.....

구령을 맞추어가며 모두들 스트레칭으로 몸을풀고 있는데

갑자기 쏘아대는 강렬한 라이트 불빛과 함께 주위가 시끄러워진다.

어제 승차하지 않은 김용식 대원이 택시를 타고 이곳까지 달려온 것이다.

모두들 박수를 치며 그를 반겨주었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참여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에서 음성까지는 화물차를 타고 충북 음성에서 이곳까지는 택시를

불러 타고 왔다고 한다.

그 교통비만해도 만만찬을 턴데 말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 25명은 지난주 내려왔던 차갓재를 올려치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발목을 붙잡는 급오름길을 낑낑대며 모두들 힘들어한다.

누가 시켜서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자원해서 하는 고생이라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참을 忍을 머리에 되새기며 아픈 목과 허리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차갓재를 힘차게 올려친다.

땀방울이 주룩주룩 흐른다.

손에든 스카프로 흐르는 땀을 훔치기 무섭게 또다시 흐른다.

어깨를 보호하기 위하여 걸친 방풍복(방수복)이 나를 더욱 괴롭히는

것 같았다.

입술을 깨무는 듯한 힘든 고통을 참고 한발 두발 걷다보니 차갓재에

도착된다.

차갓재에서 방풍복을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 황장산을 향해 진군한다.

아침을 알리는 소쩍새의 노래 소리에 맞추어 완만한 차갓재를 올려친

후 내려서니 작은 차갓재다

또다시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묏등바위가 나온다

이제부터 황장산의 암릉구간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가파르고 힘든 구간은 없으나 암릉으로 형성된 너덜지대라서 조심을

요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발목을 다치거나 넘어져 부상을 당하기 쉬운

바위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더욱 조심하여야 할구간이다.

다행히 겨울철 산행이 아니기에 미끄러짐이 없어 힘든 산행을 덜어주는

듯 싶다.

뾰쪽뾰쪽한 암릉구간이 지난 수리봉을 걷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내가 지키고 있는 황장산은 분명 그리운 금강산이리라, 가보지 않고

사진으로만 느낀 금강산보다는 못하지만 어쩜 그렇게 여인내의

아름다운 선율과 같이 아기자기하고 탄식을 토하게 만들까

저 멀리 지나온 대미산, 포암산, 월항삼봉, 조령산줄기와

그 옆의 주흘산 신선봉, 북과 서쪽의 월악영봉, 문수봉, 하설산,

매두막봉, 바로옆에 신선군주들만 계신다는 도락산등을 짐작으로

조망하다보니 내 자신이 월악의 품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때마침 떠오르는 동녘의 태양은 우리에게 밝은 희망을 전해주고 지저귀

는 이름 모를 산새들의 노래는 그리운 추억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난 이상민형님, 김선옥형, 김용식대원과 기념포즈를 나눠 취해보며

추억을 쌓아 본다.

암릉과 수직절벽으로 떨어지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또다시 내려친다.

저 앞 치마바위에 선발대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보인다.

메아리치는 외침을 더해보며 자꾸만 주위의 굽이 굽이치는 파노라마와

같은 산하를 바라본다.

저 동로면에 위치한 산 하나가 그야말로 파도와 같이 우뚝 솟아 있다.

금새라도 넘어질 듯한 산!

나침판을 놓아보니 어림잡아 갈발골의 645봉 같아 보였다.

자연의 섭리란 누구나 거슬릴 수 없는 숭고함이리라

폐백이재를 조금 못미쳐 자리를 잡는다.

아침을 먹기 위해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차곡차곡 쌓은 듯한 바위를 배경으로 옹기종기 둘러앉아 아침을 먹는다.

60도의 고량주를 김용식대원이 마시며 술의 음미를 느낀다.

김춘호부회장님은 연구의 대상을 찾기위하여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는다.

순간 한대장님이 극구 말린다.

혹시나 있을 사고를 염려해서...

이것저것 먹다보니 배뿔뚝이가 된 느낌이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은 걸음을 걸을 때마나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내며 내 앞에 나뒹굴고 앙상한 참나무 가지는 쓸쓸함을 느끼다못해

아픈 내 어깨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앙상한 참나무 숲 사이로 멋진 포즈를 취하며

그의 작태를 뽐내고 있는 멋진 소나무와 쭉쭉빵빵 물오른 침엽수가

한시름을 덜어준다.

밥 먹었던 곳을 뒤로하고 산 파도타기를 하다보니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소리가 귓가에 들려 온다

올라왔던 만큼 수직절벽을 조심조심 내려서니 벌재다

벌재를 조금 내려서 흐르는 물에 오랜만에 산행길에 아침 세수를

깔끔하게하고 기념사진을 담아본다

또다시 내려온 만큼 보충하고자 꽃이 지고 잎새가 나온 철쭉길을

따라 올려친다

문봉재를 조금지나 720봉에서 오이를 나누어먹고 김용식대원이 쐐주로

갈증을 풀어본다.

때마침 선두로부터 교신이 온다

옥녀봉에 도착됐단다.

우린 농담을 했다

우리도 옥녀봉에 있노라고 그리고 나서 또다시 소백산농장에

도착되었다고....

선두와 우리와는 약 30분의 시간차가 있어 보인다.

또다시 옥녀봉을 오르며 땀을 짜낸다.

쉬었다 가는 무릎이 한탄을 한다.

주인을 잘못만나 고생을 한다고

재발 고생좀 작작 시키고 남들처럼 어여쁜 각선미의 부드러운 선율을

느끼게 만들어 달라고 그러나 어찌할 수 없지 않은가

타고난 팔자가 그렇고 주인나리 성질이 그러하니

참아라참아 위로를 하고서 속도를 더해본다.

아! 이 기쁨, 이 희어

그 누가 대신하여 줄수 있단 말인가

옥녀봉! 여인네의 음밀한곳에 빠져 몸부림치는 듯한 벅찬 이 감동

빠져 나올 수 없는 여인네의 강렬한 저항을 뿌리치고자 외침을 더해본다.

그대를 사랑하기에 이렇게 나의 가슴을 풀어 재끼고 그대의 품속에서

꿈을 꾸고 있지 않은가

가슴에 벅차오르는 감정을 시원하게 불어오는 월악의 솔바람에

실려 저수령에 먼저 보내고 기념사진을 찍고서 내려친다.

저 멀리 저수재에 정차되어있는 우리의 차량이 시야에 들어오며

도착되었다는 선발대의 교신이 들어온다

메아리치는 외침을 더해본다.

순간 누군가 앞에서 빨리 오란다.

다름 아닌 한 대장님과 이용묵씨다

김용식대원이 마시다만 고량주를 압수한 한대장이 그 곳에서 고량주를

말끔히 해치워버린 모양이다.

김용식대원의 탄식을 들으며 우리는 널널하게 옥녀봉을 내려서서

저수재에 도착한다.

도착과 동시에 시원한 막걸리로 갈증을 풀어주고 하얗게 피어오른

땀을 씻어주고서 점심식사를 한다.

맛갈스런 청국장찌게에 막걸리를 마시다 밥을 먹다 해본다.

7시간의 단축산행은 이렇게 끝을 내고 서울에 도착한 우리들은

양재동에 하차하여 손경호형님이 준비한 저녁모임에서 꼬냑과

쐐주로 얼굴이 홍조를 띠게 거나하게 마시고 또다시 구로동으로 향한다.

구로동 이팀장 가게에서 맥주로 저녁시간을 보내다보니 시계바늘은

벌써 밤 11시를 넘어섰다.

막내녀석의 전화를 받고서 하루의 길고도 긴 산행길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