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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령산 산행

六德(이병구) 2011. 2. 27. 14:24

내사랑 경하와 함게한 조령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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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구-


2002년 4월 6일 아침부터 봄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그 동안 메말라버린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어 많은 생명들이 잉태하여

기지개를 켜고 올라서겠지

지난주 아내와 함께 안양의 인덕원 사거리에서 시작한 청계산→국사봉→

바리산→백운산→광교산 산행으로 가볍게 몸을 풀어 그 어느때보다도

컨디션이 좋은 상태다

오늘은 2000년 7월 29∼30일 무박으로 종주한 이화령→조령샘터→조령산

→상암사터안부→신선암→치마바위봉안부→조령3관문→(문경새재)→

마폐봉→북암문→동암문→부봉→주흘산안부→평천재→탄항산(월항삼봉)→

굴바위→바늘재(20Km)를 또다시 가는 날이다

이것저것 먹을 것을 주섬주섬 배낭에 담으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2일 전부터 막내녀석이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리는지

아내가 한마디 건넨다.

차라리 내가 아파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곤이 아픈데 나 오늘 안가면 안될까

우리 막동이 고생할 턴데....

순간 아내의 그 말에 나의 가슴에 말할 수 없는 아픔의 전율이 흐른다.

그래서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하였던가

아들녀석에게 아픔을 함께 할 수 없음을 이해시키고서 우리는 산행버스

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화령에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실시한 후 23명의 대원들이 하늘재를

향해 출정을 한다.

안개속을 랜턴을 켜들고 한걸음 한걸음 조령산을 향해 오르는데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질 않고

이마에서는 육수가 양 눈가를 스치며 흘러내린다.

어떤 녀석은 이따금씩 허기진 배를 입맛이라도 보라는 듯이 짭짤함을

느끼게 만든다.

조령샘에서 타는 목을 축여주고 잣나무향기를 느끼며 또다시

급오름길을 오르니 조령산이 우리를 반겨준다

1차종주 때에는 저멀리 남쪽의 속리산 연봉과, 희양산, 백화산

그리고 동쪽의 주흘산등 파도와 같은 산 등선을 조망하였는데

오늘은 온통 운무에 가려진 어둠 많이 우리의 피로를 감싸주는

듯 하다.

넘어가는 숨을 조령산에서 고르고 내리막길을 내려서는데 삼거리가 나의

발걸음을 멈춰서게 만든다.

선두가이드를 하던 1차종주시절 조령3관문 직전 깃대봉과 청옥두타에서

길을 잘못들어 대원들로부터 원성을 들은 나로서는 도저히 용기가

나질않는다

호르라기를 몇번들었다 놓았다 하는데 처음참여한 대원 2명이 도착하여

내뒤를 따른다.

난 그들을 저쪽으로 가세요 하고서 선두의 뒤를 따른다.

급내리막길을 부천에서 온 여성대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조심조심 내려선

후 완만한 내리막길을 가는데 먼저간 아내가 가는길이 맞느냐며 급하게

나를 부른다.

조금전부터 찜찜하던 나는 다급히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어 독도를 한다.

아뿔사 이곳은 조령1관문으로 가는 길이다

다급히 무전으로 선두를 불러 뒤돌아갈 것을 전하고 발걸음을 뒤 돌린다.

소신없이 행동한 나 한사람으로 인하여 여러 대원들이 고생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달아오르는 얼굴에 가슴이 뛰어올라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다.

내려왔던 길을 힘들게 올라서니 어디에선가 본듯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들은 다름아닌 이경훈대장이 운영하는 덕유산악회 대원들이다.

그 들과는 '01년 6월30일(7월1일)에 무박으로 지리산 화엄사에서 성삼재

와 만복대를 거쳐 주촌리까지 종주한 사람들이다.

코재에서 억수로 쏫아지는 비를 맞으며 아내가 싸준 주먹밥을 먹었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간단한 수 인사를 나누고서 한사람 두사람 추월하며 산행을 계속한다.

치마바위봉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하여 여장을 풀어본다

아내가 싸온 된장국에 말아먹는 아침은 초가삼간 온돌방에서 먹는

보리밥 된장국과 같은 사랑이 활활 피어오르는 것 같다.

먹었던 밥이 자리도 잡기전에 또다시 목적지를 향하여 기적을

울리며 달린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안개비를 맞으며 조심조심 암릉구간을 내려선다.

바지는 진흙탕에 범벅이 되고 신발은 무게를 더하기 위하여 흙이

달라붙고 손은 젖은 장갑으로 인하여 차갑기만 할뿐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잡아 끌어주는 아내의 손길에서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조심

조심이라는 그 말 한마디에 애정을 느끼며 가슴속 깊이 아내의 깊은

정을 심어본다.

깃대봉 입구에 도착하니 조령3관문이 30분 남아있단다.

세월이 흘러서인지 안내표시목이 세워져있고 길도 잘 다듬어져 있다.

30분이면 갈곳을 1시간 30분 동안 깃대봉을 거쳐 조령휴양림으로

과외수업을 했던 곳이 아니던가

후미와 시간차이가 많이 나므로 조금 고생해보자고 찾아갔던

깃대봉길이 몹시도 우리를 괴롭혔던 곳이다

없는길을 만들어내고 가시덩굴과 거미줄이 가는 길을 붙들어 잡아당기는

그 지긋지긋하던 과외수업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대원들로부터 원성을 많이도 샀었지

그래도 우리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내가 동행하는 종주

산행 이었기에 말이다

이렇게 모처럼 아내와 함께 산책하는 기분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산행을 하니 그 추억 또한 감미롭다

그러나 저 멀리 문경새재 도립공원의 수려한 산군의 위용을 감상하지

못함을 무엇으로 보상하리요

아랫마을에서 개짓는 소리를 들으며 만지면 터질 듯이 탐스럽게 맺은

철쭉길을 따라 걷다보니 조령관문(문경새재)에 도착된다.

조령3관문에 도착하여 조령약수로 갈증을 풀어보고 산신각과 군막터를

잠깐 어깨넘어 바라보고 조령관에서 성벽을 따라 오르다가 군막터에서

누릉지와 사과를 깍아 요기를 하고서 다시 마폐봉을 급하게 올라선다.

마폐봉에서 지나온 조령산과 문경새재의 빼어난 풍광을 조망하고서

기념사진을 한컷트 하려했으나 물안개가 방해를 한다.

우린 마폐봉과 인연이 많이도 없는 모양이다

마페봉을 널널하게 내려서서 북암문을 거쳐 동암문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아내가 옛 추억을 더듬는다.

1차종주시절 김위상씨와 우리가 간식을 먹던 곳인데 변한 것이 없네

아무런 생각없이 산행하던 그 시절 부부팀이 많아 가족적인 분위기로

참 좋았는데...

장거리 산행 경험이 별로 없는 당신은 산도깨비처럼 달려가면서도 길을

잘 찾아 리본을 달고 다녔지

또 밥먹고 가자고하면 조금만 더가서 먹자고 하고, 그때마다 난

다음부터 안올거야 하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었는데...

언제 또 우리가 이곳에 올 것인가.....

괜실히 마음이 찡해진다

바위가 있으면 아내의 손목을 잡아 당겨주고 능선에서는 아내의 손을

꼭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오손도손 산행을 한다.

오르막길에서 조금 뒤떨어지면 기다려주고 또 위로하여주고...

나도 이제 철이 들어 가나보다

남자는 나이를 먹어야 아내의 따뜻한 사랑을 이해할 수 있고 가슴이

넓어지는 모양이다

행복이란 이러한 것인가

그때 그 감동이 뭉쿨해지고 몸 안에서는 사랑의 꽃봉우리가 맺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런 저런 생각속에 어느덧 부봉입구에 도착된다.

부봉입구를 막 돌아서 가는데 뒤에 있는 김수근형님으로부터 무전이온다

600m후방에 있으니 조금 기다리라고 요청한다.

난 아내와 단둘이 산행하는 기쁜 감정을 가슴속 깊이 유지하고자

산행을 계속한다.

주흘산 안부에서 사과하나를 깎아먹고 월항삼봉을 향하여 일어설 무렵

평소의 선발대 7명이 급한 숨소리를 품어내며 도착한다.

어둠 속에서 헤어져 이제 상봉한 것이다.

상봉한 대원중에는 초등학교 6학년 심민규가 함께 동행했다.

평천재에서 중간 탈출한 대원들을 만나고 월항삼봉을 거쳐 굴바위

하늘재에 도착하니 모두들 파김치가 되어 막걸리로 갈증을 해소시킨다.

하늘재를 뒤로하고서 지친 몸을 버스에 의지하고 보금자리를 향해

발걸음을 돌린다

집에 돌아와 보니 대문은 굳게 잠겨있고 초인종소리에 잠이깬 막내녀석

이 대문을 열어준다

큰 녀석은 깊은 잠에 빠져 있고 시간은 11시 30분을 넘겨버렸다

대충대충 산행 뒤처리를 하고서 안식을 취한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산행을 하였군요.........


사랑하는 경하 오늘 고생 많았지

1차종주 때에 위해주지 못한 그 마음 앞으로는 꼭 애정이

넘치는 사랑과 그리움으로 가득가득 솟아 부으리라 그대의

가슴속에....

사랑하는 그대가 있기에 행복하다는 것을 무엇으로 표현하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