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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암산-대미산 산행

六德(이병구) 2011. 2. 27. 14:25

포암산-대미산 산행기

2002년 4월 14일 우리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볍게 몸을 풀어주고

하늘재에서 포암산을 오른다.

맑은 하늘에 수를 놓은 듯 한 별님은 추억 쌓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을

갖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은 아직은 차갑게만 느껴진다.

어둠 속에 산을 오르는 불빛 행렬은 영화속의 만리장성을 오르는

행렬을 연상케 한다.

베(布)를 짜서 암벽에 펼쳐 놓은 듯 하다하여 베우산이라 불리는

포암산!

모두들 고요히 잠든 이 시간에 산이 좋아 밤새 달려와 산을 찾는

산꾼들이 있으니....

그대가 있기에 내가 찾아 왔고 내가 찾아줌으로써 그대가 빛난다고 할까

진정 우리는 인연이 많은 사이인 모양이다.

어둠 속에 우뚝 속아 오른 정체불명의 물체는 포암산의 주봉임에

틀림없으리라

20여분을 오르다보니 무리를 지어 뒤따르던 불빛 행렬은 하나 둘

멀어져만 가고 이마에는 뜨거운 땀방울이 맺히다 못해 뚝뚝

떨어지고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거친 숨소리는 어둠을

타고 문경의 밤하늘에 울려 퍼진다.

이 곳에서 2000년 8월 6일 아내와 내가 흘렸던 땀방울 흔적이라도

찾으려는 거북이인양 난 엉금엉금 바위를 오른다.

지난날 흘렸던 우리의 향수는 온데간데없고 등산복 사이로 올라오는

땀 냄새만이 코끝을 자극한다.

내 자신과의 힘겨운 인고의 싸움!

이 싸움에서 이겨야 된다는 일념으로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가며

한걸음 한걸음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한다.

암릉길에서는 매달아놓은 로프에 의지하고 급오름길에서는 참나무에

의지하는 대원들이 하나 둘 늘어만 간다.

너덜너덜한 암벽들이 우리의 발길을 잡아당기고 모두들 지쳐 있다.

포암산 중턱에 도착하니 표시목이 우리가 왔던 거리와 시간을

체크해주고 포암산까지의 거리를 알려준다

순간 넓은 바위가 지친 몸을 쉬어가라며 손짓을 하니 김춘호 부회장이

그 위에 주저앉으며 흐르는 땀을 훔치며 탄식을 한다.

내가 오버페이스를 했어!

우린 솔바람에 잠시나마 땀을 식혀가며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 진군을

계속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걷는 순간 무언가 발걸음의 느낌이 부드러워짐을

느낀다.

지난가을에 떨어진 낙엽들이 옹기종기 한데 모여 형성한 비단길을

접하게 된 것이다.

우린 계절의 감각을 잊고서 그 위를 사뿐사뿐 걷는다.

그것도 잠시 일뿐 또다시 칼 능선과 같은 암릉길을 오르게된다.

람보씨가 먼저 암벽에 올라가 한사람 한사람 잡아당긴다.

이렇게 해서 선발대 13명 모두들 있는 힘을 다하여 포암산에 도착된다.

풍파를 맞으며 서있는 표지석은 산 이름을 딴것처럼 포단을 연상하게

만든다.

그 시간이 새벽 5시

모두들 힘들었던 고통을 잊고 기쁨과 환희에 찬 얼굴들이다.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김용식 대원이 구토를 한다.

난 선발대를 먼저 출발시키고 후미 대원들을 기다린다.

잠시 후 후미 대원들과 함께 카메라의 후레쉬를 터트린 후 낙엽을

밟으며 내리막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40여분을 달리다보니 지리산과 백두산이라 써놓은 충북제전시 경계

표시목이 눈에 들어오고 어둠은 서서히 장막을 접는다.

이 길로 곧장 백두산을 오를 수만 있다면.......

이곳에서 대미산까지의 거리는 8.7㎞라 한다.

관음재에서 진행방향을 급하게 우측으로 꺾어 오르며 지나온 길들을

돌아본다.

멀리서 바라본 포암산은 말 그대로 암벽으로 둘러져 있고 산 아래에는

잘 닦여진 포장도로가 나란히 걸음을 함께한다.

잡목지대를 지나 아침을 먹기 위해 자리를 잡는다.

빵, 떡, 죽 모두들 행동식으로 아침을 준비했으나 난 아내가 싸준

된장국에 밥을 한그릇 말아 식사를 한다.

대원들에게 따뜻한 된장국을 권하니 모두들 맛있다한다.

밥먹기가 무섭게 또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잡목지대에는 산수유가 활짝 꽃망울을 터뜨리고 가을의 결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낙엽사이로 피어오른 이름 모를 노란 야생화가

눈길을 끌어당긴다.

부리기재에서 오이와 사과를 깎아 나누어 먹고 커피향을 더해본다.

대미산을 힘겹게 올려치니 대장의 독도법 강좌에 여념이 없던 선두

대원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우리는 하늘재를 4시에 출발하여 대미산에 10시에 도착한 것이다.

저 멀리 제천시 문수봉과 앞으로 가야할 소백등선들!

지나온 속리의 등줄기와 문경새재의 조령산이 그림처럼 한눈에

들어오고 사방팔방 파도와 같이 출렁이는 연봉들이 가슴을

트이게 만든다.

쐐주와 막걸리로 갈증을 풀어주고 대원 24명이 그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앞으로 2시간!

바스락 걸이는 낙엽을 밟으며 올라온 만큼 떨어져 내려가며 김용식

대원이 콧노래를 불러본다.

눈물샘에서 갈증을 풀자고 했던 우리는 엉겁결에 눈물샘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새목재를 지나 급오름 무명봉(981봉)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차갓재의 철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차갓재에서는 김수근형님, 박성기형님 그리고 여성대원인 한정희

대원이 두릅을 따느라 야단이다

들고 다니는 봉투를 보니 제법 많이 딴 모양이다.

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맛이 있으련만.....

막내녀석이 생각났다

참나물이나 취나물보다는 찍어먹는 나물을 따오라던 아들녀석의

바램을.....

대간길을 그곳에서 접고 발걸음을 안생달 마을을 향해 하산한다.

한백주와 산수유주로 피로를 달래며 담소를 나눈다.

모두들 거나하게 마셨는지 얼굴이 홍조를 띤다.

월악산과 도락산을 좌우에 포진시키고 우린 서울을 향해 버스에 몸을

의지한다.

가는길에 충주호의 단양팔경에서 저 멀리 강을 마주 바라보는

가은산과 구담봉 그리고 옥순봉을 조망하고 또다시 막걸리로

파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