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山과 近郊山行記/★명산근교산행

대둔산(03.12.04)

六德(이병구) 2011. 2. 27. 17:50

산행일시: 2003년 12월 4일

 

 동안 바쁜 사정으로 인하여 가까운 산우님들과 산행을 하고서 모처럼 오늘(12/14)은

산악회를 통하여 대둔산으로 산행을 떠난다.

아침 7시에 서울을 빠져나와 대둔산의 배티재에 도착하니 오전 10시가 조금 못되었다.

배티재 아래 용문골에서 산행 들머리를 잡아 산행을 시작하는데 오랜만에 선두를 치고

오르는 산행이라서 그런지 무릎이 뻐근해지고 이마에서는 뜨거운 구슬땀이 뚝뚝 떨어져

내 육신의 흔적을 남긴다.

육수와 같이 흘러내리는 뜨거운 땀방울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30여분을 오르니

첫 번째 갈림길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좌측의 완만한 능선길은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길이고 너덜지대의 가파른 직선 길은

칠선봉으로 오르는 길인 듯 싶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가쁜 숨을 헉헉거리며 너덜지대를 올라서니 우측에 칠성봉

전망대 안내표시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에 올라서 앞을 바라보니 지나온 배티재와 용문골 그리고 대둔산 주차장이

낭떨어지 산 기슭아래 펼쳐져 있고 등 뒤로는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수석 전시장들이

첩첩이 쌓여져 그 사이사이에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소나무들이 한폭의 수채화인양

화판에 아름다운 풍경화를 연출해준다.

아~~~ 그래서 대둔산을 호남의 소금강이라 하였던가..?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연거푸 산하에 울려퍼지는 듯 무아의 경지에 다다른다.

빼어난 준봉과 기암괴석들이 파노라마와 같이 어울어져 춤을 추고 난 그 파노라마의

연주자인양 리듬에 맞추어 산행을 한다.

그저 오늘 하루가 기쁘고 행복할 따름이다.

황홀경에 빠져버린 마음을 진정시키고 또다시 다음 목적지인 낙조대를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조심조심 한사람 한사람을 앞질러가며 등산로 옆에 하얗게 샇여 있는 흰눈을 한움큼

움켜쥐고 화끈화끈 달아오른 이마와 볼을 가볍게 맛싸지 해보니 아름다운 대둔산에

도취되어있던 정신이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변신하여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산행속도도 빨라진다.

능선에 올라서니 두 번째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의 마천대를 잠시 접어두고 우측의 낙조대를 향하여 조심조심 미끄러운 눈길을

내려서서 눌라눌라 걷다보니 산장매점지나 청령골 태고사 가는 갈림길이 사거리가

나오고 좌측의 낙조대가 잠시 쉬었다가라 손짓한다.

해 저무는 석양에 올라왔다면 핑크 빛 낙조의 멋진 붉은 하늘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두둥실 떠오른 태양을 벗삼아 오르다보니 한가로운 들녘과 호젓한 준봉들만이 떠 다니는

흰구름과 마음껏 여유를 부린다.

잠시 누렸던 휴식을 접하고 마천대를 향해 갈길을 재촉하니 군데군데 넓다란 바위와

오르락내리락 응달진 길은 내렸던 눈이 다져져 빙판길이 되어있고 살얼음을 걷는

느낌으로 조심조심 마천대에 올라서니 많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마천대의 전망대에 올라서 고개를 들어보니 내 가슴속에 감탄사가 업그레이드돼

나도 몰래 입이 벌어진다.

발아래 낭떨어지에는 삼선다리와 금강구름다리가 보는 이의 마음을 오싹하게 만들고

마천대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는 삼선바위, 임금바위, 입석대, 마왕문, 장군봉, 형제봉,

금강봉 등이 공룡과 같이 신비롬과 위용을 자랑하고 북으로는 지나온 낙조대가

동으로는 칠성봉등이 호위하듯 버티고 천길 아래 낭덜어지로는 화랑폭포와 금강폭포

그리고 은폭포가 마천대의 협곡임을 알린다.

맑은 날에 이곳에서 조망할 수 있다는 지리산 천왕봉과 내고향 변산반도의 서해는

흰구름 지평선에 묻혀 아쉬움을 남긴다.

대둔산의 아름다운 작태와 웅장하고도 부드러운 대둔산의 품속에 빠져버린 마음을

진정시키며 아쉬운 하산의 길을 선택한다.

산선철다리를 조심조심 지나 오금이 오싹 얼어 붙어버리는 금강구름다리를 내려서니

스님이 목탁을 두들이며 불경을 외운다.

스님의 목탁소리가 귓전에서 자꾸만 멀어져 감을 느끼며 12시 45분에 대둔산 주차장에

도착하는 것으로 하루의 산행을 마감한다.

또한 오늘 하루도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나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하여준 내 삶에 대하여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