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山과 近郊山行記/★명산근교산행

화채봉과 칠성봉(04.03.13)

六德(이병구) 2011. 2. 27. 17:48

산행일시; 2004년 3월 13일

 

오늘(3/13)은 일평생 가볼까 말까 할 그러한 산행을 하기 위하여 떡방아간에서 산

찰떡 네 개와 뜨거운 유자차 그리고 자일, 스틱, 아이젠, 랜턴, 카메라 나침반, 산행지도와

설명서 그렇게 간단하게 준비하여 설악으로 떠난다.

산을 사랑한다는 탈을 쓰고 불법을 자행해가면서 끝없는 도전

그 도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밤 10시 30분에 집을나서 설악산 입구 한계리의 민예단지

휴게소에 도착하니 싸늘한 밤 기운에 고요한 적막이 감돈다.

어느 때 같으면 관광버스와 산꾼들로 북적일 그러한 시간인데 말이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고 했듯이 된장국 한 그릇을 거뜬하게 비우고 미시령고개를

힘들게 넘어 목우재를 통과하니 여관촌의 네온싸인이 현란하게 춤을 추는데 내 맘도 춤을

추는 듯 두둥실 떠오르는 느낌이다.

새벽 4시 25분에 설악장 모텔 구석을 돌아 뭔가에 빨려 들어가듯 가시덩굴 숲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데 멍멍이는 왜 그렇게도 짖어대는지 한방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나

벌금 50만원 생각 때문에 초장부터 헉헉거리며 산을 오른다.

왜 이렇게 산행을 해야만 되는가 라는 이유아닌 이유를 내 자신에게 반문을 해보니

산이 있어 산을 찾고 산을 그리워하기에 벗이 되어야 한단다.

겨울잠에 빠져있는 소나무 숲 사이를 헉헉 올려치는데 날카로운 잡목들이 성난 듯 발목을

붙잡으며 허벅지를 찌르고 얼굴을 때리고 하는데 우메~~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 신통할 따름이다.

온몸의 고통과 아픔은 의지가 약한 듯 땀으로 흘러내려 가슴을 더욱 뜨겁게 달군다.

발 한번 잘못 디디면 흔적조차 찾기 힘든 벼랑길을 몇개 지나 능선을 올려치니 5시 40분이다.

능선 삼거리를 조금 지나 20여분 더 진행하다보니 넓은 공터가 시야를 확~ 트이게 한다.

그곳에서 유자차로 갈증을 풀고서 또다시 급오름길을 올려치는데 잔설은 빙판이 되어

발목의 힘을 쫙쫙 빼고 잡목은 더욱 거칠게 아픔을 안겨준다.

피골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다하는 보니 어느덧 우린 화채능선에 도착되고 화채능선

삼거리에서 좌측의 급오름길을 올려쳐 아침 8시에 화채봉에 도착된다.

화채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외설악의 비경과 미시령에서 시작되는 설악의 주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미시령 아래 울산바위는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만들고 황철봉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저항령 마등령 공룡능선 중청봉 대청봉을 한 자락으로 연결해주는데 손에 잡힐 듯 말 듯

파노라마와 같이 춤추고 귀떼기청은 물론이고 공룡능선의 신선대, 칠형제봉능선, 천화대와

금강굴이 있는 미륵봉과 북주능, 화채능선에서 천불동계곡으로 흘러내린 칼날같은 암릉들,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만드는 울산바위와 드넓게 펼쳐진 동해바다 그리고 발아래 펼쳐진

소토왕골은 화폭에 담겨진 아름다움의 극치요 신비스럽고 경이로운 자연의 산물이 아닐수 없다.

감상에 도취해버린 마음을 카메라에 담고서 올라왔던 화채봉을 내려서 가지못하는 화채능선

을 아쉬워하며 칠성봉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칠성봉에서 권금성을 바라보니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칠성봉에서 그리운 추억을 카메라에 담고 소토왕골 급사면을 내려서는데 이건 산행이

아니라 산악훈련 그 자체인 듯 했다.

길이 없는 소토왕골을 너덜너덜 뚝~ 떨어져 내려오니 100여m 정도 될듯한 토왕성폭포가

길을 가로막는다.

권금성(케이블카)으로는 갈수 없기에 토왕성폭포를 약간 우회하여 2단으로 자일을 단단하게

동여매고 조심조심 내려오니 토왕성폭포에서 빙벽훈련을 했던 흔적들이 발견된다.

흐르는 물에 엎드려 갈증을 풀고 계류를 따라 내려 오다보니 노적봉에서 낙석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이 겁을 주는데 암벽꾼과 릿지꾼들이 많이도 왔다간 흔적들이 이곳에서도 발견되된다.

경쾌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설악동에 도착하니 시계는 오후 1시 30분을 조금 넘어가고

있고 9시간의 산악훈련은 그렇게 끝을 맺는다.

이곳 저곳 찔리고 넘어지고 다친 인고의 산행에서 소모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하여 대포항에

들려 삶의 보람을 충전하고서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