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산행/★낙동정맥

낙동정맥-5구간(애미랑재-한티재)

六德(이병구) 2011. 2. 26. 11:55

산행일자: 2004년 7월 11일(토요무박)

 

산행거리: 

 

산행시간:

 

산행코스: 애미랑재-

 

오늘(7/10-11)은 낙동정맥 5회차로 애미랑재에서 한티재까지 종주하는 날이다.

 

2주만에 만나는 동지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비좁은 의자에서 뒤적뒤적 하다가

 

눈을 떠보니 우리의 애마는 자욱하게 낀 가스 속을 뚫고 꼬불꼬불한 화룡천 고갯길을

 

힘든 듯 오르고 있다.

 

라이트 불빛마저도 길 찾기에 너무 지친 듯 가스를 뚫지 못하고 힘겨워 고통을 호소하고

 

긴장된 시간의 흐름속에 가슴 조이는 총대장의 마음은 숯 덩이가 되어 가는데 그마저도

 

모르고 깊은 꿈속에 빠져있는 동지의 밝은 얼굴은 평온해 보인다.

 

무박 산행길에 언제나 저렇게 마음의 평온을 한번쯤 찾아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애마가 고갯마루를 거의 다 올라설 때에 낯익어 보이는 뭔가가 직감적으로 삐리리 전율을

 

느끼게 만들고 총대장은 들머리구간을 확인한다.

 

03:30분에 모두다 하차하여 스트레칭으로 간단하게 몸을 풀고서 03:39분에 절개지로 올라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마루금은 우리가 실험의 대상인양 초장부터 급오름 길로 가쁜 숨을

 

몰아쉬게 만들고 雲霧로 인하여 나뭇가지에 맺혀있던 이슬은 빗방울인양 두둑두둑 모자의

 

창으로 떨어져 내린다.

 

정체된 걸음걸이로 헉헉거리며 된비알을 20여분 올려 치다보니 봉우리 정상에 도착되는데

 

뭐가 그렇게 아쉬운지 다시금 내리막길이다.

 

5분여 동안 내려 서다보니 몇 발자국 너덜지대가 나오고 이어서 묘지가 나온다.

 

04:35분에 작은 봉우리를 올려친 다음 무릎에 강한 힘을 불어넣으니 04:46분에 칠보산에

 

도착되는데 사방팔방 모두다 까스에 가려 어디가 어딘지 무감각해진다.

 

허탈한 마음을 달래며 급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서는데 앞서가던 동지가 왠 찰떡방아를

 

찍어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고 그렇게 10여분을 내려 서다보니 잠시 평탄한 길이 나오고

 

또다시 내리막길이다.

 

05:02분쯤 세신고개를 통과한 후 작은 봉우리의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올라서 나침반의

 

각도를 120도로 설정하고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05:40분에 헬기장에 도착된다.

 

관리되지 않는 헬기장을 통과하여 후레쉬 렌턴을 접고 솔향기를 느끼며 걷다보니

 

06:18분에 10지춘양목에 도착되는데 소나무 한 그루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저절로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며 나뭇가지 수를 세는데 그마저도

도취된 듯 착각에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언제 또다시 볼지 모를 그 소나무를 어루만져보고서 깃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훼손된 자연의 아픔이 발견된다.

 

지난봄에 주왕산에서 봤던 송진채취 흔적이 이곳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지난 시절에 날카로운 톱으로 소나무 밑을 톱질하여 송진을 채취했던

 

그 암울한 자연 파괴현장이 계속 이어지고 그 아픔은 다시금 회복할 수 없는 크나큰 상처로

 

우리의 후손에게 고스란히 또다시 넘겨지리라...!

 

아픈 마음으로 춘양목지대를 지나 06:37분에 깃재에 도착하니 선두그룹이 오손도손 식사를

 

나누고 있어 우리도 함께 아침식사로 허기진 배를 채워본다.

 

식사를 간단하게 끝마치고 오르막을 올려치니 07:40분에 884.7봉의 구헬기장에 도착된다.

 

헬기장에서 나침반의 각도를 220도로 다시 설정하고서 오르락내리락 룰루랄라 하다보니

08:15분에 습지에 도착된다.

 

이렇게 고산준봉들로 오지를 형성하고 있는 마루금에 이런 습지가 있다는 것이 고개가

 

꺄우뚱해질 따름이다.

 

지리산의 왕등재습지는 잘 다듬어져 있었으나 이곳 습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탓에

 

개구리들만이 퐁당퐁당 한가로운 놀이터를 만들고 있다.

 

08:55분에 850.5봉 갈림길을 지나 내려서니 절터갈림길이 나오고 우린 그곳에서 좌측의

 

내리막길로 내려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09:32분에 낙엽송지대를 좌측에 끼고 돌아서 가는데 간벌하여 버려진 나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어디에선가 경운기소리와 전기톱 소리가 요란스럽게 산하를 울리는데 이제 민가가

 

가까워졌나보다.

 

산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반가워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 기쁨을 간직하고 09:58분에

 

612봉의 삼각점을 찍고서 조금 내려 서다보니 등산로에 왠 땅벌집이 누드가 되어 있는데

 

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집을 보수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 땅벌은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무서운 땅벌이 아니고 뭔지 나약해 보이는 그런 땅벌인

 

듯 싶었다.

 

낙엽송지역을 지나 10:14분에 우린 길등재에 도착된다.

 

포장도로가 중단된 길등재에서 우린 도로를 가로질러 절개지를 올라서 묘지 1기를 지난다.

 

벌목되어 초지를 방불케하는 그 현장을 좌측에 끼고 또다시 묘지 1기를 지나니 숲 속의

 

오솔길이 시작된다.

 

이제 거의 다 왔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편안한 마음으로 진행하는데 날머리 구간은

 

왜 그렇게도 나오지 않고 오르락내리락 산 넘어 산이 계속 되는지 지루해진다.

 

습도가 높은 탓에 날씨는 후덥기근하고 배는 촐촐해지는데 터덕터덕 터벅이 걸음으로

 

걸어온 탓에 졸음마저 올려와 하품이 연거푸 나온다.

 

언제나 내 주력과 페이스로 이 낙동의 마루금을 달려볼 수 있으련지....

 

그 허전함을 다음달에 출정할 한남정맥의 마루금에서 풀어보리라 다짐하고서

 

11:14분에 황토의 절개지를 내려서니 한티재다

 

7시간 30여분 동안의 산행으로 한티재에 무사히 도착한 우리는 다음 들머리 구간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을 하고서 산행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