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산행/★낙동정맥

낙동정맥-3구간(석개대-삿갓봉-진조산-답운치)

六德(이병구) 2011. 2. 26. 11:51

산행일시: 2004년 6월 13일(토요 무박)

산행코스: 석개재-묘봉-용인등봉-삿갓봉-임도삼거리-승부터헬기장-한나무재-

              진조산-굴전고개-답운치

산행시간: 10시간(도상거리:24㎞)

산행내용:

오늘(6/13)은 낙동 3회차로 석개재에서 답운치까지 진행하는 날이다.
낙동강을 일으키는 맥(脈)중에서 가장 오지로 속하는 이번 구간은 산행거리도 만만찮아서
출발 전부터 두려움이 가슴을 조아리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연속되는 산행으로 인하여 피로가 누적돼 내 애마인 무릎에 약간의
적 신호등이 켜져 있기에 내 마음 전체를 두려움이 장악해 버린 것이다.
근 8일 동안에 설악의 암릉산행을 비롯하여 산악마라톤과도 같았던 점봉산 산행 그리고
연이어 무지막지하게 육수를 뽑아야 했던 漢北 5구간 산행이 내 몸을 이 꼴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우린 6월 12일 야밤에 공해에 찌들은 도심을 벗어나 가곡의 산꼴로 접어들어 매미가
휩쓸고 가버린 그 상처 속에서 기나긴 시름을 하고서 지난 날머리 구간인 석개재에
도착하니 그 산고의 선물인양 활활 타오르는 일출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멋진 일출을 맞이하는 동지들의 얼굴은 붉은 태양과도 흡사하게 화색이 만연해진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서 05시 05분 정각에 나침반을 130도로 설정하고서 들머리 구간으로 쏙~ 미끄러져 들어간다.
오랜만에 선등에 나서다보니 적신호가 켜졌던 무릎도 안심이 되는 듯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자꾸만 얼굴에 달라붙는 거미줄을 손수건과 손으로 뜯어내며 올려 치다보니 멧돼지녀석들이 땅을 파헤친 흔적이 많이 나타나고 낙엽을 밟는 소리에 노루녀석이 쏜살같이 달아난다.
땀방울이 뽀송뽀송 피어오르는 산행으로 20여분 진행하다보니 산죽밭이 나오고
이어서 5분 후 임도가 나타난다.
임도에서 좌측 숲으로 빠져 들어가 헉헉 올려 치다보니 05:55분에 묘봉에 도착된다.
묘봉을 다시 내려서 산죽밭을 지나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봉우리 하나를 올려치니
06:20분에 용인등봉에 도착된다.
용인등봉에 도착하여 아침 식사를 할 생각으로 배낭을 내려놓고 갈증을 풀고 있다보니
잠시 후 동지들이 한사람 두사람 도착돼 식사를 하자고하니 좀더 진행하다가 하자고 한다.
잠시동안의 휴식을 접고 총대장이 선두로 출발하는 것을 신호로 내가 후미에서 출발하는데
뭔가 두려움이 스쳐지나간다.
혹시나 내 페이스를 잃어 고생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두려움이 스쳐지나간 것이다.
6:40분쯤 춘향목지대를 지나다보니 산죽이 또다시 이어지고 산죽 사이로 잡목이 넘어져
자꾸만 발걸음을 붙잡는데 동지 한사람이 뒤쳐지기 시작한다.
산죽을 가까스로 빠져나와 삿갓재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다보니 동지가 힘들게 올라오고
이곳에서 식사를 하겠다고 한다.
다른 동지들은 삿갓봉 근처에서 식사를 한다하여 난 그곳으로 07:25분에 이동하다보니
모두들 뷔페식단에 식사가 진행되고 즉석에서 낙지매운탕이 준비된다.
산에서 먹어보는 낙지매운탕은 서울 도심의 어느 낙지꼴 매운탕 맛보다도 그 맛깔스러움이
더없이 좋았고 곁들인 쐬주 맛은 그 무엇으로 표현되리.....
즐거운 식사를 끝내고 빵빵한 뱃심으로 진행하다보니 08:15분에 임도에 도착되고 우린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하는데 좌측 모서리에 덤프차 한 대가 버려지다시피 팽개쳐져있다.
뒤에서 터벅터벅 걷는 발걸음은 지루한 듯 힘이 빠지기 시작하고 08:30분에 임도를 버리고
좌측 숲으로 빠져 들어가니 산죽이 시작되나 싶더니 전형적인 육산이 시작된다.
산자락에는 잡초가 파릇파릇 신록을 더해주고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은 졸음을 불러일으키데 또다시 우측에 임도를 끼고 걷는 걸음은 헤어짐이 아쉬운 듯 다시 임도와 만난다.
08:45분에 임도 갈림길에서 우측의 임도를 빠이빠이 하고서 공사가 진행중인 좌측의 임도로
들어서니 포크레인 한 대가 지친 듯 쉬고 있다.
09:00에 임도 삼거리에서 양쪽의 차단기를 끼고 숲으로 빠져 들어갔다 연속되는 오르락내리락 산행을 하다보니 어디선가 차량소리가 들려온다.
내리막길을 쭉~내려 서다보니 좌측 산자락에서 동지 2명이 더덕을 캐느라 열중이다.
가까이 다가가 더덕향에 취하다가 임도를 가로질러 숲으로 빠져 들어가 한동안 진행
하다보니 누군가 뒤에 있었다는 느낌이 스쳐지나간다.
잠시 기다리며 소리를 외쳤으나 대답이 없다.
가슴이 답답해져 참을 수 없다.
왔던 길을 다시 뒤돌아 뛰어내려가 확인해보니 아무도 없어 혹시 임도를 따라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임도를 따라 돌아 가보니 임도가 훤하게 내려다보이는데 아무도 없다.
초조감과 긴장감이 교차하여 불길한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마냥 찾고 기다릴 수 없다.
뭔가에 홀린 느낌으로 마라톤 하듯 앞으로 앞으로 헉헉거리며 뛰어나간다.
그렇게 30여분을 달리다보니 동지 3명이 내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다급히 다가가 자초지정을 이야기하니 내가 뭔가에 홀려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11:00에 헬기장을 지나 11:54분에 잣나무가 많은 삼각점 봉우리에 도착된다.
승부터를 지나 12:40분에 헉헉거리며 헬기장에 올라서니 그 조망이 일품이다.
민가하나 보이질 않는 첩첩산중에서 이리보고 저리봐도 고산준봉들이 솟구쳐
하늘아래 뫼뿐인 내가 서있고 내 육수가 왔다간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파노라마가 스쳐 지나간다.
ㄷ자 형상을 그리며 헬기장을 내려서니 12:50분에 한나무재에 도착된다.
한나무재에서 동지를 기다렸다가 다시 올려치니 헬기장이 나오고 또다시
헬기장이 나온다.
오르막길을 올려 치다보니 진조산 갈림길이 나와 진조산을 들렸다갈 생각으로
진조산에 오르니 묘지 2기와 삼각점이 있고 그 옆에는 깃발이 펄럭인다.
진조산에서 잠시 조망을 즐기고 우측으로 안부를 가로질러 정맥길을 만나
조심조심 뚝~ 떨어져 내려 가다보니 임도가 있는 굴전고개에 13:50분에 도착된다.
굴전고개를 지나 왕소나무 밑 그늘에 주저앉아 후미 동지가 도착되길 기다리며
얼려온 캔 맥주 하나를 따 마시는데 갈증을 확 풀어준다.
눈이 빠지라 기다리고 있다보니 동지 3명이 내려와 황당한 생각이 든다.
모두 내 앞에 갔기에 내 뒤에는 한사람만이 있어야 되는데 3명이.....
잠시 후 동지들이 도착하질 않아 혹시 굴전고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어 일어나 보니 임도를 타고 저 앞에 간다.
황급히 다가가 확인해보니 기다렸던 동지는 도착되질 않고 다른 동지 3명이 진조산에서
앞으로 바로 진행하여 알바를 하고 왔던 것이다.
난 동지들을 보내고 그곳에 다시 앉아 20여분을 기다린다.
잠시 후 동지가 시야에 들어와 기쁜 마음으로 또다시 답운치를 향하여 진행한다.
페이스를 잃어 지쳐버린 무거운 발걸음으로 진행하다보니 14:48분에 철탑을 통과하고
그곳에서 뚝~떨어져 산죽밭을 치고 오르니 헬기장이 나온다.
마지막 헬기장을 15:05분에 통과하여 묘지 1기를 지나 급내리막길을 내려가니 15:13분에
답운치에 도착되는 것으로 하루의 산행을 무리없이 마감한다.
다음주 축석고개에서 울대고개까지의 약 12시간의 산행을 생각하며 낙동 3회차를 무사히
마감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먼저 도착한 동지들과 술잔을 부딪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