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석지맥1구간(중산리-천왕봉-중봉-하봉-왕등재늪지-동왕등재-밤머리재)
★.산행일시: 2003년 6월 01일(일요일)
★.날 씨: 맑 음
★.산 행 자: 六德(안내산악회 인솔)
★.산행거리: 약 ㎞
★.산행시간: 12시간 40분
★.산행코스:중산리(3:20)→법계사(4:34)→천왕봉(5:50)→중봉→하봉→독바위→왕등재늪지→동왕등재→밤머리재(16:00)
★.산행흔적:
오늘(6월 1일)의 무박 산행은 천왕봉에서 웅석봉까지의 구간으로써 태극능선 3구간이다.
모처럼 친구들과 대낮부터 술 한 잔하고 있는데 옆지가 처제집에 가자한다.
처제집에 잠시 들려 저녁식사를 끝마치고 사당동으로 줄행랑치니 약속시간(밤 11시)을 조금 넘겨 도착된다.
사실 오늘은 처음으로 초등학교친구 2명(남:1명, 여:1명)과 함께 산행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도 조금 일찍 나왔어야 되는 건데.....
나를 기다리느라 목이 늘어나고 뇌파가 파도를 쳤던 친구들에게 너무나도 미안...
우리는 6월 1일 새벽 3시쯤 중산리에 도착하게 되었다.
3시 15분쯤 산악회장으로부터 선두를 봐달라는 청을 받고 산행을 시작하려하니 친구 한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불러도 온데간데없이 대답이 없다.
모두들 출발은 하였는데.....
답답함이 가슴을 조이고 있을 때 친구가 나타난다.
친구들과 동행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친구에게 천천히 올라오라 부탁을 하고서 앞으로 앞으로 치고 빠진다.
칼바위를 조금 지나서 선두를 추월하여 산행을 한다.
4시 30분을 조금 넘겨 법계사에 도착하여 갈증을 풀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려치는데 오른쪽 다리에 적신호가 온다.
오른쪽 장딴지 근육이 뭉쳐 난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아~~~ 산행중 이러한 모습은 처음인데.....
무전으로 동료 최대장을 불러 선두를 부탁하고서 고통을 참아가며 산행하다 보니 최대장이 도착한다.
순간 하산하고픈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일
산행을 출발한 시간으로부터 2시간 25분 후(아침 5시 50분쯤)에 천왕봉에 도착된다.
천왕봉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중봉을 향하여 내려서는데 지난번 내린 비로 인하여
내려서는 길이 그다지 좋지 않고 움푹 파헤쳐진 계곡길 같아서 다리는 더욱 아프고 배는 허기져 꼬~~르~~륵 나를 부르는 소리가 귓전을 노크한다.
순간 뭘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아침은 먹지 않고 배낭에는 간식거리 빵 2개와 딸기우유 1개만이......
사실 난 빵이나 떡, 분식 등을 좋아하지 않는 식성이라서 아침에 받은 빵이 배낭 속에서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우측에 써리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와 그 길을 버리고 중봉을 올려친 다음 반달곰 보호구역이라 통제된 구역으로 살며시 빠져 들어간다.
사람들의 왕래가 별로 없는 탓으로 비탈진 내리막길에 계곡과 같은 느낌을 주는 길이다.
쓰러진 고목을 넘고 때론 암릉을 넘어 진행하다보니 조그마한 헬기장이 나온다.
함께 동행한 회원 한 분이 그곳에서 아침을 먹자하며 코펠을 꺼내어 버너에 점화를 시킨 후 라면을 끊이고 김선욱형이 미수가루를 꺼낸다.
참아왔던 식도가 입맛을 다시며 식욕을 당긴다.
그러나 난 라면을 먹지 못하는 몸, 어쩔 수 없이 빵과 우유를 꺼내어 먹고 먼저 자리를 일어서서 하봉으로 향한다.
하봉을 지나니 등산로 양옆으로 참나물이 나를 기다린 듯 산들산들 웃음을 짓는다.
고귀한 생명체이지만 내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배낭에서 비닐봉지를 꺼내어 뜯다보니 제법 많이 뜯게 되었다.
채취한 참나물을 오늘 동행한 친구2명에게 나눠주기 위해 3봉지로 나눠 배낭에 집어넣고 널널하게 내려서다보니 국골방향(추성리)과 새재방향의 이정표가 길을 가로막아 직진(국골)방향을 버리고 우측의 새재방향으로 내려선다.
새재방향으로 내려서니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귓전에 들려오고 길은 계속하여 떨어져 내려가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가슴을 조여덴다.
배는 고프고 무릎도 아픈데 알바를 하면 이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계속 내려서다보니 물소리는 멀어져가고 오르막 능선이 시작되더니 내 키보다도 더 큰 산죽들이 발목을 붙잡고 놔주질 않는다.
계속 이어지는 산죽을 어렵게 빠져나와 진행하니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그 길목에서 나침반을 꺼내어 웅석봉방향으로 진행방향을 고정시키고서 우측 능선을 올려친 후 다시 내려서서 진행하다보니 독바위가 나온다.
독바위에 올라가 힘차게 소리를 지른 후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니 지나온 길이 대단해 보인다.
독바위를 내려서서 다시 능선길을 널널하게 내려서니 앞이 시원스레 트이고 우측의 새재 계곡에는 아담한 휴양시설이 자리잡고 초지로 형성된 능선에는 엉겅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시골에서 괭이를 들고 엉겅퀴 찾으러 다녔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는 우리 어머니께서 신경통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기에 여러 가지 약초로 식해를 만들어 드시곤 하셨기에 그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 것 같다.
우린 처음에 그곳을 왕등재로 착각해 이제 밤머리재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구나 생각하고서 널널하게 진행했는데 그때서야 외고개가 나오고 외고개를 올려쳐 진행하니(외고개 지나서 널널한 평판길에서 우측으로 90도 꺽어 진행한다)왕등재고산습지가 나의 마지막 남은 힘을 쭉 뽑아내는 것이 아닌가
후미 가이드에게 교신을하니 내 친구와 대원 2명이 힘들어 대원사방향으로 탈출을 하겠다고 한다.
그 고산지대에 습지가 형성됐다는 사실이 자연의 이치이구나 생각하고서 웅석봉을 향하여 진행하는데 발걸음은 떨어지질 않고 허기진 배는 이제 도무지 참을 수 없다.
마실 물도 바닥이 나버리고 무릎의 관절은 더욱 아픔이 조여 오기만하여 아내가 마지막 카드로 담아준 사과 2개를 꺼내어 깎아 먹으니 조금은 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동왕등재 약간 넓은 곳에서 좌측으로 90도 꺾어 내려선다)
다시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난 찾아보았으나 보이질 않는다.
무릎이 너무 아파 지팡이를 찾은 것이다.
내가 산행을 하면서 지팡이를 찾아보기는 이번이 처음인 모양이다.
내 자신이 망가질 때로 망가져 버린 것이다.
이제 도무지 혼자의 힘으로는 갈 수 없어 고목을 꺾어 만든 지팡이에 의지하고 회원 한 사람 한사람을 앞세워 보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휴대폰을 꺼내어 산악회장에게 오늘은 도무지 웅석봉까지 진행을 할 수 없으니 차량을 밤머리재로 가져오라고 연락한다.
내가 지팡이를 짚고 산행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산행을 중간에서 포기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내 자신이 의지가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작년에 춘천에서 조선일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때 관절이 아파 도로에 누워 파스를 뿌리고 보호대로 다리를 조여 매고 많은 사람들이 회수차량에 탑승하라 해도 이를 악물고 완주를 했는데 이 꼴이 뭐란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니 힘은 더욱 빠져나가는 것 같고 갈증은 더욱더 입이 거북이 등처럼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이런 상태를 탈진이라고 하는가?
흙탕물 아니 오줌이라도 받아 마시고 싶지만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은 이제 땀마저도 말라버리고 나무의 껍질을 벗겨 수분을 빨아먹어야 할 그러한 지경까지 도달한 것이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던 그 추운 겨울에도 손을 불어가며 오돌오돌 떨면서 차디찬 밥을 먹어야만 했던 나의 식성인데 어제 저녁을 대충 일찍 먹고 오늘 아침과 점심을 건너뛰고 이렇게 10시간이 넘도록 산행을 했는데......
나도 참 무심한 놈이구나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고 후회스런 마음이 전율을 스쳐 지나간다.
누구를 위해 이렇게 하는가..?
뭣 때문에 이렇게 고행의 길을 걸어야 되는가..?
차라리 새재에서 탈출을 할 것을 하는 아쉬움이 미련으로 승화된다.
그래도 군데군데 붙어있는 백두대간종주를 알리는 리본이 한 가닥 희망을 주고.
그러한 처지에서도 발걸음을 한걸음 두 걸음 앞으로 앞으로 옮기다보니 마지막 봉우리의 헬기장이 응어리진 가슴을 열어주고 저 앞 밤머리재를 간간히 질주하는 차량의 외마디가 희망을 전해주는 듯하다.
또다시 내리막길을 내려서야하는 나로서는 마지막 고통이 도사리는 것 같아 뒷걸음으로 내려가다 다시 앞으로 내려가고 이렇게 반복하기를 40여분 하다 보니 오후 4시쯤 밤머리재에 도착된다.
지팡이를 짚고 내려오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왜 그렇게 내 자신을 창피하게 만드는지......
차라리 아무도 없었다면 마음이라도 편했을 것을....
다 쓰러져가는 사람에게 쓰디쓴 쐐주를 권하는 회장의 그 한마디가 왜 그렇게 귀에 거슬리는지...
허기진 배를 채워야할 밥은 다 먹어 치워버리고 밥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한다.
권하는 술잔을 사양하고서 길바닥에 나 둥글 듯이 쓰러져 등산화 끈을 풀고서 물을 벌꺽벌꺽 들이켜 마시고 30∼40여분을 기다리니 그때서야 탈출자를 싣고 차량이 진입한다.
탈출한 친구와 밥을 먹고 잠시 담소를 나누다보니 앞뒤로 배낭을 메고서 무릎부상자를 포함한 대원 3명을 대리고 최진화가이드가 내려온다.
모두들 일어서 박수로 위로를 해주었으나 허기진 배를 채워줄 밥이 없어서.....
또 다시 내 마음은 아팠다.
봉사정신으로 아니 희생정신으로 그 고생을 하고 내려온 내 산행 친구인 최진화를 생각하니 내 고생은 아무 것도 아니었고 앞으로 산행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 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씁쓸한 웅석지맥1구간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웅석봉을 내 언젠가는 다시 찾아와 그대의 품속에 나의 마음을 전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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