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02년 10월 05일
오늘(10/5)은 오래 전부터 강원도(영월)에 있는
백운산에 가기로 약속한 날이였네요
그러나 9월 29일 북한산 염초봉을 산행할 때
왼쪽 무릎이 좋지않아 일찌감치 산행을 포기하였었지요
그런데 또 누군가 자꾸 설악산 구곡담계곡을 가자하여
아내와 함께 산행계획을 또 잡았지요
아뿔사!
이게 또 왠말이랍니까
10월 3일 여의도 한강고수부지에서 마라톤연습을 하다
왼쪽 무릎의 인대를 또 다치고 말았어요
이래저래 마음고생하고 있는데 나의 맏 상주가 될
큰아들녀석(중 3년)이 산행을 하고 싶데요
그래 어절 수 없이 파트너를 아내에서 큰아들녀석으로 바꾸어
설악산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네요
퇴근길에 할인점 마트에 들려 이것저것 먹을 것을 준비하고
비옷도 하나 더 장만하였지요
드디어 산행을 위하여 떠나야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하늘에서는 얄밉게 비를 뿌려대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비를 맞으며 비장한 마음으로 집을 나서 사당역으로 향했지요
나를 초청한 구면인 산악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오르니
김정분님이 먼저 기다리고 있더군요
양재동에서 이준표님, 김도섭님, 김윤소님 이렇게 6명이 합류하여
10시 30분에 출발하게 되었네요
우리를 태운 차는 인원이 만차되어 그것도 모자라
2명이 거주자 우선순위에 따라 골목주차를 하고
빗속을 뚫고 물보라를 날리며 눌라눌라 설악산을 향했지요
설악의 오색에 도착하니 10월 6일 새벽 3시가 되더군요
설악산 단풍을 구경하기 위하여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관광버스가 빗속에서 즐비하게 늘어섰고 입산신고소 앞에는
입산하기 위하여 등산객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어요
난 무릎보호대로 무릎을 완전무장하고 무전기를 받아들고
3시 10분에 아들녀석과 함께 선두에 섰지요
사람들 사이에 끼면 오를 수 없다고 판단하고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빠져 앞으로 앞으로 줄다름 첬지요
오르다 보니 사투리 경진대회장처럼 각 지방의 사투리가 섞인
이야기로 등산로길은 어수선하고 산행을 포기하고 내려오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하나 둘 보이더군요
그 주인공들은 아마 시장에서 싸구려 등산화와 스타킹을 구입하여
청바지 아니면 일반바지 입고 뒷산에서 호흡조절하던 아주머니 아저씨들 같았어요
설악산을 너무나 우습게 여기고 단풍구경 오신거지요
찬바람 속에 떨어져 내리는 낙엽을 바라보며
차가운 비를 맞으며 육신 저깊은 곳으로부터 끌어 오르는
열기에 가득찬 뜨거운 땀방울은 갈증을 더해주더군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아들녀석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고 한 모금의 물을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 힘찬 정렬을 불태우며 다가서더군요
다름아닌 김윤소님이 도착하고 그 뒤를 이어 김도섭님, 김정분님
그리고 이준표님이 속속 도착하더군요
또다시 설악 폭포를 향해 오르는데 그만 정체현상이 발생하더라구요
좁고 험한 등산로에서 앞을 가로막고 오르는 아주머니 아저씨들
그리고 서로 먼저 가겠다고 끼어드는 등산객들로 인하여 산행길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리고 말았지요
명절에 귀성, 귀경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차량행렬과도 흡사하게...
여러 차선이 줄어들고 차선들이 합류하는 나들목처럼.....
안간힘을 다하여 암릉, 너덜지대, 절벽등을 거치는 험한 지름길을 택하여
아들녀석을 데리고 설악폭포를 빠져나갔지요
빗방울은 조금더 굵어지고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는
모든 것을 쓸어버릴 듯 굉음을 토해내며 설악산을 진동시키더군요
대청봉을 약 500m를 남겨두고 아들과 함께 오돌오돌 떨며
아침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정성스럽게 싸준 뜨거운 물로 아들녀석을 진정시키고
아들은 비닐을 깔고 앉아서 나는 서서 아들녀석의 대견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아침을 먹었지요
참
이러한 고생을 함께 나누다 보니 부자지간의 정이
더욱 돈독해지고 넘쳐 나는 것 같더군요
아내와 함께 백두대간 1차 종주를 할 때에도 그러했지만
그 때의 그 느낌과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그것이 인륜과 천륜의 차이인가?
다시 배낭을 추수려 담고 비옷을 걸쳐 입고서
대청봉에 도착하니 7시 20분이더군요
작은 녀석과 집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하려고 하니
전화가 되질 않더군요
대청봉까지는 참 많은 시간이 소요됐어요
오색에서 3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거리인데...
운무속에 휘몰아치는 빗방울과 바람은 중심을 잡지 못하게 만들고
펄럭이는 비옷은 어느 무용가가 승무를 하는냥 각양 각색의
대청봉 파티가 벌어졌어요
그래도 오늘의 추억은 간직하여 주어야 되겠기에
대청봉 표지석을 배경으로 아들녀석에게 카메라의 후레쉬를
터뜨리고 중청봉으로 향했습니다.
중청에서 잠시 대기하라는 산악회장의 무전교신에 따라
대원들을 통제하고서 산악회장을 기다렸지요
잠시 후 산악회장의 천불동계곡 긴급제안이 있었으나
이미 늦은 수정이라 말하고 구곡담계곡으로 강행할 것을
요청하고서 소청으로 향했네요
저 지난 겨울에 숙박을 하였던 소청산장에 8시 20분에 도착하고
그곳에 하산 안내표시를 하고서
또다시 봉정암에 8시 40분에 도착하였지요
봉정암에서 흘러내리는 생수로 갈증을 풀고
봉정암 뒤 바위를 배경으로 아들녀석의 산행흔적을
빗속의 풍경화로 사진첩을 만들고서 가야동계곡 오세암길을
그리워하며 아쉬움을 남겨두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8시 50분에
구곡담계곡으로 내려섰지요
사자바위를 거쳐 조심조심 내려서며 간간히 구곡담계곡을
조망하고 아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하산하다보니 9시 35분에 구담폭포에 도착하게 되었어요
구비구비 흘러내리며 쏘아대는 폭포수의 물줄기는
나의 심장을 두들이고 구담계곡 위에 솟은 기암괴석의 암봉과
울긋불긋한 단풍은 심장의 박동을 더욱 요동치게 하더군요
그곳에서도 빗속에서 카메라의 후레쉬를 몇번 터뜨리고
또 하산을 시작하였지요
지난 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흔적인양 부서지고 때론 떠내려간
철계단과 통나무 다리를 조심조심 내려서다 보니 10시 40분에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되었어요
그곳에서 아들에게 뜨거운 컵라면을 사주고 라면국물에 밥을 말아
허기진 배를 채웠지요
우중 산행이라서 인지 다른 때보다 배가 더 고팠어요
오늘은 먹보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찬밥을 먹는 아빠가 안스러운지 아들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라면발을 먼저 나의 입에 넣어주고 국물을 마시라고 권하데요
순간 눈물이 핑 도는 것 같았어요
난 그래도 아들녀석이 안스러워 가슴이 아팠는데
맛좋은 향이 피어오르는 라면과 국물을 먼저 권하니......
참 이런게 자식을 키우는 기쁨인가 하는 생각이 들데요
식사가 다 끝나고난 후 아들이 예쁘게 귤껍질을 벗겨
두쪽으로 나누어 한쪽은 나의 입에 또 다른 한쪽은 자기의 입에 넣고
우물우물 비타민을 보충하고 난 1000원하는 커피한잔을
두손으로 꼭 감싸고 한모금씩 아들과 번갈아 나누어 마시며
이렇게 40여분의 휴식을 취하고 11시 15분에 수렴동 대피소를 출발했어요
조금 진행하다보니 오세암으로 향하는 삼거리가 나오고
명시암을 11시 30분에 통과 했지요
이제 백담사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거리 룰라룰라 흥겨운 마음으로
아들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때론 웃고 때론 산행요령에 대한
교육을 병행하며 하산하다보니 백담사에 12시 30분에 도착되었어요
내리던 비도 이제 싸늘한 찬바람으로 바뀌고.....
어느 나리님이 수양을 쌓았던 백담사
그곳에서 부자간에 기념 후레쉬를 터뜨렸지요
카메라를 건네 받은 등산객이 하는 말
아들이 아빠보다 훨씬 더 크네요
좀 쑥스럽더군요
한편으로는 대견스러우면서도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쭉 내려서 백담사 주차장에서
1600원에 차표 두장을 구입하여 마을버스를 타고
용대리에 도착한 후 여벌옷으로 갈아입은 후 산악회장이
준비하여온 뜨겁고 맛갈스런 김치찌개와 밥 그리고 쐐주로
피로를 풀고 아들은 버스에 올라가 수면을 취하고
난 무전기를 들고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속속 도착하는
우리 대원들을 안내했지요
잠시 후 가야동계곡으로 하산한 이준표님, 김도섭님, 김윤소님
그리고 김정분님이 도착하여 또다시 쐐주로 체온을
뜨겁게 달구고 집으로 향했답니다
다음주(10월 13일)에 아내와 있을 치악산 비로봉
(황골-범문사-안경다리-전망바위-낙시봉-밧줄-삼봉-
산파바위-투구봉-토끼봉-약초원-구룡사-주차장)산행을 생각하며...
사랑하는 아들아 고생 많았다
어제 아빠와 약속한 설산의 지리산 종주
그날 또 뜨거운 정을 나누자꾸나
우리 가족 모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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