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山과 近郊山行記/★명산근교산행

팔공산(02.12.15)

六德(이병구) 2011. 2. 27. 16:38

산행일시: 2002년 12월 15일(토요무박)

 

팔공산!
오래 전부터 우리 일칠회가 준비해왔던 정기산행지가 아닌가
월출산 산행을 포기한 것이 못내 아쉬운 미련으로 남은 마음을
달래가며 아내와 함께 산행준비를 한다.
그래도 오늘(12월 14일-15일 무박)은 출발시간이 홍대전철역에서 11시
에 출발한다니 산행준비가 한층 편안하다.

아침은 간단하게 준비하고 점심은 현지에서 매식으로 해결하기로 하고서
아들녀석들에게 우리의 보금자리를 맡기고 대문을 나선다.
아내는 빨간 방한복에 둥그런 모자를 눌러쓰고 난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야성미 넘치는 옷차림으로 한밤중에 연남동을 살며시 빠져나가는 것이다.
신도림역, 구로공단역, 사당역, 서초구청 앞 이렇게 돌다보니 우리 일행
16명이 모두 탑승하고 시간은 밤 12시를 막 넘어선다.

우리 일칠회의 꽃인 최수희 왕언니를 비롯하여 김용길회장님 부부,
홍어회로 명성을 날리시는 부천의 정창택님, 권영일님, 정재오님,
이용목님, 이종기님의 부부, 윤의열님, 이영찬님, 임대영님, 김선욱님,
김정빈님, 그리고 우리부부 이병구와 김경하가 참여하였고
김춘호님과 김세길님 그리고 최진화님이 참여하려 했으나 건강상의
감기와 긴급한 상황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김위상님은 낙동정맥산행으로
불참을 통보하여왔었다.

회장님이 준비하신 오갈피술에 그 동안의 정담을 나누며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차는 안성휴게소에 도착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또다시 갈 길을
재촉한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자리를 넓게 확보할 수 있고 그래서 난 나의 허벅지로
아내에게 발베개를 해주고 잠을 청한다.

하늘에서 ?K아지는 별님의 안내를 받으며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하여
칠곡군의 한티재에 도착하니 새벽 4시 30분이다.
차가운 겨울밤의 한기를 느끼며 차창을 벗어나니 맑고 맑은 하늘에서는
축복이라도 해주려는 듯 별똥별 하나가 영천시방향으로 떨어져 내린다.
순간 어린 시절 고향에서 뛰놀던 동심의 꿈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5시 정각에 우리 16명은 뽀드득뽀드득 눈길을 밟으며
능선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때론 대구시가지의 아름다운 야경에 도취되어 헛걸음을 치고
미끄러운 오르막을 요동치는 심장의 박동소리에 맞추어 올려치다 보니
후미와 산행 간격이 벌어져간다.
그때마다 우린 걸음을 멈추고 산속에 파묻혀 분지로 형성된 대구의
시가지와 팔공산자락의 북쪽에 형성된 군위군과 영천시를 번갈아
조망해본다.

한티재에서 파계재까지는 그럭저럭 육산으로 산행을하고 파계봉을
잠시 올려치니 오르락내리락 산행이 시작된다.
마당재에서부터 시작되는 톱날능선은 마치 톱날처럼 바위가 능선에
우뚝우뚝 솟아있다.
누군가 일부러 세워놓은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내가 남근산이라 했더니 선욱형이 날 놀린다.
한바탕 웃음으로 산행을하며 뒤따르는데 갑자기 회원 한사람이 미끄러져
바위 밑으로 떨어져 구른다.
난 본능적으로 뛰어내려가 그 대원을 붙잡는다.
그 순간이 찰라 이였을까?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래도 다행이 배낭으로 인하여 다친 곳이 없으니 어찌 천운이
아니겠는가.
난 이상하게도 이러한 사고를 자주 접하는 것 같다.
백두대간 1차와 3차에서도 이러한 사건으로 인연을 맺은 사연이
몇건 되니까 말이다.

백두대간시절에는 이를 악물고서 나를 따르고 때론 나를 앞질러 가던
아내가 요사이는 여간 산행을 힘들어한다.
오늘도 저 먼발치에서 나를 따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픈 마음이
싸늘하게 전율을 타고서 흘러내린다.

톱날능선을 지나는데 대원 한사람이 배가 고파 산행을 할 수 없다한다.
그래서 우린 넓은 바위 위에서 쌓인 눈을 치우고 아침식사를 위해
여장을 푼다.
그런데 내사랑 경하가 오질 않았다.
경하가 오길 기다리는 동안 이용목형님이 가져온 더덕주로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본다.
짜릿한 전율이 온몸에 흐르고 어느 연주가의 연주인양 흥겨운 이야기가
팔공산 자락에 흘러 내려앉는다.

식사를 끝마치고 10여분(오전 9시)을 올려치니 앞서간 회원들이 우릴 꾸짓는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려고 기다렸는데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특히 홍어회의 닉을 달고있는 정창택님이 더욱 서운해한다.
六德과 언더우먼을 보고싶어 산행에 참여했고 함께 식사를 하고 싶었었는데....
우리부부와 정창택님은 깊은 인연을 간직하고 있기에 더욱 서운해하시는 것이다.

"사연인즉 우리가 백두대간1차종주하던 2000년 2월 20일 빼재지나 삼봉산
부근에서 ???님이 눈길에 미끄러져 큰일날뻔 했었던 일이 있었다.
우린 그때 그분의 그 강인한 정신력과 의지 그리고 투지에 대하여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식사를 끝내고 온데 대하여 미안함을 깊이 전해드리고
서봉으로 발길을 올려놓는다.
순간 이 어찌 감탄하지 않으리요
저 멀리 지리산의 천왕봉과 반야봉의 능선이 넘어가는 구름의 길을 막고
그 앞에는 가야산자락이 구름속에서 하나의 섬을 만들어 파노라마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난 연거푸 카메라의 후레쉬를 터뜨려 본다.
 
도취된 나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또다시 갈길을 재촉한다.
오도재에서 비로봉(1192.9m)을 오르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선욱형과 함께 마애약사여래좌상(오전 9시 35분)에 잠시 들려
마음의 불공을 드려보고 동봉(1155m)을 향해 내려선다.
너덜지대를 조심조심 지나서 동봉을 올려치니 팔공산의 비로봉은 군사기지로
무장되어 있고 지리산의 천왕봉은 직선거리에서 달려 오라 손짓을 한다.

갓바위까지 가야하는 오늘의 산행은 이제 반절을 한 모양이다.
모두들 춥고 가야할 길이 바쁘니 빨리 내려가자고 한다.
그러나 난 경하를 기다리기 위하여 바위에 올라서서 경하를 불러본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경하는 보이질 않고 불러보는 목소리의 메아리는 찬바람으로
나의 살결을 도려내는 듯 가슴저린 애타는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든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마도 30-40여분은 흐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경하가 힘들게 동봉을 올라온다.
마음이 더욱 아프고 미안한 생각에 찡하는 눈시울이 앞을 가린다.
체력이 떨어져 고생하는 아내와 산 다람쥐가 되어버린 남편 너무나 상반된
모습이기에 나의 잘못과 자책감이 앞을 가린다.
좀더 따뜻하고 포근하게 그리고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의 손길과 정으로
감싸 안아주어야 되는데 모든 것이 부족한 남편이기에......
어느 가수의 대중가요 가사처럼 있을 때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더욱 가슴속 깊이 쌓이는 것 같다.

우린 또다시 동봉을 출발하여 염불봉을 지나 병풍바위를 조망하고
11시 50분에 신령재에 도착하는데 김용길형님으로부터 윤의열형님에게
핸폰이 걸려온다.
다급하고 강한 목소리로 왕언니께서 목이 말라 산행할 수 없으니
현재의 위치에서 기다리란다.
잠시 후 왕언니를 비롯한 후미의 3명이 도착되고 청천벼락 같은
왕언니의 질타가 시작된다.
목이 말라죽을 지경인데 그냥 가면 어떻게 하냐고 이근희님에게
심정을 토로하고 이근희님은 미안해한다.

신령재 밑 700m지점에서 윤의열형님이 물을 뜨러가고 나와 경하는
산행을 진행한다.
능선재지나 미끄럽고 험한 암릉길이 연속된다.
군데군데 설치되어있는 밧줄을 붙잡고 올려치다 내려가다 하다보니
은해사와 갈림길인 삼거리를 접하고 좌측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돌아
선본재지나 인봉을 힘들게 올려치는데 핸폰이 울린다.
받아보니 임대영형님이다.
갓바위부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한다.
경하와 둘이서 사력을 다하여 험한 길을 조심조심 지나 약사암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뭐하나 다가가 보니 무료식사(자유급식)를 하는 듯 싶었다.
오후 2시가 넘다보니 배에서 꼬르륵 식사를 당기는 소리가 난다.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 넘 길게 늘어선 줄에 아쉬움을 남기고
관봉의 갓바위부처가 있는곳으로 올라선다.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발원하고 있다.
석불미륵여래좌상에서 사진을 찍고 하산길에 접어든다.
급내리막길에 만들어진 돌계단을 40여분 내려가니 갓바위지구다
무릎의 관절을 잡아 삼키려는 듯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산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듯 하였고 덕운사 해탈교는 번뇌에 쌓인 나그네의 발걸음을 붙잡아
불심을 심어주는 듯 했다.

한가지 소원이라도 들어준다는 갓바위부처님에게 발원을 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다보니 오후 3시 30분에 보은사에 도착되어 20㎞넘는
산행길을 마감하고서 뒷풀이로 피로를 달래본다.
대구의 팔공산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처음 느꼈고 멋진 산행의 진미를
처음 느끼고 갓바위지구를 떠나왔다.

다음 산행은 권금성-집선봉-화채봉-화채릉-대청봉-설악폭포-오색(오색온천)
산행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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