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산행/★백두대간

백두대간은 그리움으로 한다.

六德(이병구) 2011. 2. 27. 14:21

난 마누라와 함께 많은 산을 파도 타듯이 오르고 내려오고 몇 개의 산을 넘었는지 그 수를 기억조차 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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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인내 속의 연속 상태에서 우리는 때로는 몸을 녹여 내릴 것 같은 더위와 살을 도려낼 것만 같은 혹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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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속에 무아지경으로 자유인산악회에서 제1차 백두대간 1차 구간종주를 마치고 다시 3차종주를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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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백두대간을 이야기할 정도로 나는 산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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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간을 느끼고 자연을 사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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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시간과 직장생활 속에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그러한 욕심과 항상 그 자리, 그대로 보다는 진정한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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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여 아니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간과 자유를 만끽하고 자연의 섭리에 따르기 위한 시간을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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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자연 속에서 얻은 삶의 체험과 넉넉함(호연지기), 인내심, 극기심, 봉사정신, 절제된 생활을 자식에게 전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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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화목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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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를 넘는 산죽지대, 잡목지대, 고산지대, 암릉지대, 야산지대를 통과하면서 자연적으로 힘과, 인내심, 극기심, 주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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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웠고 가랑비 내리는 일요일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지리산의 무박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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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속에 덮여버린 덕유산을 달리다 벼랑으로 떨어진 부천의 홍어회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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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문장대의 행복했던 더위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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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를 잘못하여 바가지쓴 조령3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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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와 두 아들녀석을 이끌고 폭우를 맞으며 눌재에서 버리미기재(약 20.3㎞)를 종주한 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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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9쌍둥이가 다시 태어난 청옥 두타의 피마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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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훈련소에서 훈련받았던 기역을 되살려가며 새벽 2시 30분에 한계령 철조망을 넘어 오른 점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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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산장의 쪽방에서 포개어 잠자는 바람에 벽에 얼어 붙어버린 나의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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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회오리쳐 불어대던 황철봉의 너덜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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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얼어버린 손을 불어가며 마누라와 나누어먹던 아침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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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나드리에서 내 겨드랑이에 파고들었던 진드기는 마누라의 핀셋트에 의하여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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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발길에 결려 집어들었던 고슴도치는 내 손때 뭍은 몸으로 화방재의 수리봉에서 잘 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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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란봉지나 닭목재에서 마셨던 옥수수 막걸리는 정령치에서 맛 본 꿀차 만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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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것들이 주마등처럼 백두 3차종주를 다시 시작하는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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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듬 속의 렌턴 불빛의 행렬은 순수의 몸짓으로 아름답기까지 했고, 청순한 소녀의 눈망울처럼 맺혀있는 나뭇잎의 아침이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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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치고 달리는 대간길은 우리만이 맛볼 수 있는 우정어린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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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들려오는 숨찬 회원들의 인고의 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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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 먹고 가자고 날 부르는 아내의 투정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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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자고 떠들어대던 이종기씨의 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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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다리 최진아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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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머리 김위상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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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팀인 윤의열, 손창진, 김용길, 우리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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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넘긴 최수이 왕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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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하면 빠지지 않는 이용묵, 김춘호, 임대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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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을 휘어잡는 여장부인 강지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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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육수가 솟아오르는 거구 김세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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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들이 개성이 강한 산 벗이 모여서 평범을 만들어낸 자유인의 가족 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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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소녀의 그리움으로 시작한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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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오늘도 내일도 그리움으로 남아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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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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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간은 우리에게 삶의 활력소를 불어 넣어주는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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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클럽3차 백두대간회원님들의 마음속에 그리움이 항상 피어오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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