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山과 近郊山行記/★명산근교산행

모악산(05.04.17)-수정요

六德(이병구) 2011. 3. 1. 09:45

모악산 산행

 

산행일시: 2005년 4월 17일(일요 당일)

 

산행코스:

 

중인리-비단길-약수터갈림길-무제봉-모악산정상-북봉헬기장-갈림길-심원암-금산사

 


산행줄거리:

 

어제 금북정맥 8구간을 약 14시간 20분에 걸쳐 약41.2㎞ 산행을 하고 자정이 넘어 들어와 잠깐 눈을 붙인

 

후 또다시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 모악산 산행을 위하여 사당역으로 출발한다.

 

마음 같아선 하루를 쉬어야 하는데 그래도 선약한 산행이고 또 Y산악회에서 13주년 시산제를 지낸다하니

 

부득이 피로를 감내하며 산행 길에 나선 것이다.

 

모처럼 달구지를 놔두고 배낭에는 물통과 디카만 집어넣고 전철을 이용하여 산으로 떠나는 발걸음이

 

왠지 낯설기만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안함 그 자체인 것이다.

 

07:00 산님들을 태운 산악회 버스는 양재동을 거쳐 경부고속도로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하는데 좌측 저 멀리 어제 걸었던 금북의 마루금이 힘들었던 산행을 전해주는 듯 나의 시선을

 

집요하게 끌어당겨 옆에 앉은 미녀총무에게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설명이 부족한 듯 싶어 300여장 찍었던 디카의 사진을 곁들여 보여주고 있는데 뒤에 앉은 아주머니께서

 

커피한잔을 권하신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흔쾌히 받아 마시니 그 맛이 꿀맛이 아닐 수 없다.

 

아~~ 그래서 홀로 강행하는 산행보다는 이렇게 단체 산행하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닌가 싶어진다.

 

사실 1999년 12월말부터 2002년 6월까지 백두대간을 2번 종주한 뒤로는 매주 산악회와 함께 이렇게 널널

 

산행을 즐겼는데 작년 어느날 갑자기 산신령님의 부름에 따라 4월부터 정맥산행에 뛰어들어 그 고난의

 

길을 걷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기를 벌써 만 1년이 되었고 그 기간 속에서 한북정맥을 필두로 한남정맥과 한남금북정맥 그리고

 

낙동정맥과 금북정맥을 끝냈으니 바쁘게도 달려온 느낌이다.

11:00 사당동을 출발했던 버스는 어느덧 4시간만에 전주시 완산구 중인동 중인리의 좁은 진입로에

 

진입하여 우왕좌왕 지체되고 정제되어 산악회 임원진과 산님들의 애를 태우기 시작한다.

 

시커먼 숯 덩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더운 날씨에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애를 태우는 것이다.

 

고성이 오가는 와중에서 재빠르게 산제를 지낼 음식을 몇몇이 나눠 배낭에 집어넣고 산행들머리로 출발을

 

서두른다.

 

나도 재빠르게 떡을 배낭에 집어넣고 출발하려하니 산님들은 모두들 떠나버리고 나 홀로 뒤따라 올라간다.

 

어제의 고난으로 체력이 바닥났기에 맨 뒤에서 산행을 하기로 자청을 했기에 뒤따라 올라가는 것이다.

 

저 앞 모악산의 통신탑을 바라보며 가까이 있는 송전탑을 향해 마을 골목길로 들어서니 선두그룹은

 

이미 내 시야에서 벗어나 버리고 좌측 언덕빼기 위의 밭에서는 젊은이들이 떠나버린 빈자리를 촌로들의

 

바쁜 손놀림이 대신하고 있는데 마음이 찡해져 온다.

 

앞서간 산님들을 따라잡기 위하여 감각이 없어져버린 듯한 발걸음으로 낑낑거리며 바쁘게 재촉하다보니

 

좌측 과수원 앞에 열녀비가 세워져있어 잠시 읽어보고 진행한다.

 

요즘 세태에서는 그런 열녀비를 세우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또 그렇게 살아야될 이유가 없다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고 진행하는 것이다.

 

이윽고 산행들머리에 들어서니 좌측으로는 비빔밥의 고장을 말해주는 듯 미나리 밭이 펼쳐지고 이내

 

한적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 진행한다.

 

그저 산에 매료되어 목적지를 향해 달려야만 했던 정맥산행과는 사뭇 다른 마음으로 산행에 임하니

 

그 또한 산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어지기도 하고...

 

도심의 근교에 있는 산이다 보니 벌써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간간이 교행을 하게되고 산하에

 

펼쳐진 농촌풍경은 고향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듯 그윽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알음들이 활짝 핀 진달래꽃 한 잎을 살며시 따 입에 물으니 그 향취가 박하사탕인양 입안에 가득하여

 

지긋이 감은 눈으로 고도를 서서히 높여 올라가니 짧은 산죽이 이어지고 솔밭 길을 오르는 육덕의

 

이마에서는 어느새 뽀송뽀송 맺혀있던 땀방울이 견디다못해 주르륵 흘러내린다.

 

양 볼을 따라 흘러내리는 땀방울의 의미는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혼자만의 반문 아닌 반문을 해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워 보인다.

(열녀비네요)

(진달래꽃이 아름답죠)

12:03 또다시 산죽지대를 잠시 통과하여 가파른 능선길을 오른다.

 

앞서간 산님들이 힘겨워 군데군데 휴식을 취하며 한숨 짖는 모습이 보이고 나도 그곳에 잠시 동석을 한다.

 

바쁘게만 살아온 우리네 삶에서 이렇게 자연을 벗삼아 구슬땀을 흘려가며 살아온 날들이 과연 얼마이던가..?

 

힘든 산행이지만 산에 올라 길게 내뱉는 한숨 속에 그 동안의 고뇌와 번뇌 그리고 그 수많은 아집과

 

탐욕을 날려버리면 한결 가볍고 편안한 삶이 될 텐데 그 마음을 비우지 못함으로써 마음의 병과 상처를

 

입고 살아 가야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저 옆에 서있는 산죽과 같은 곧은 마음으로 일편단심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람불어 흔들리는

 

날에는 그에 따라 우리의 삶을 또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보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2:26 이런저런 혼돈에 빠져버린 마음을 가다듬고 거칠어지는 숨을 몰아쉬며 또다시 무제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하다보니 스틱으로 끌어주는 부부와 두 손을 꼭~잡고 올라가는 부부가 앞서가신다.

 

뒤에서 바라보는 그 모습이 너무나 따뜻하고 아름다워 보여 그 분들의 뒤를 계속 따라 올라간다.

 

그 분들은 지금 무슨 생각에 잠기고 어떤 마음으로 올라가고 계실까....?

 

한발 두발 힘겨워 내걷는 발걸음 속에도 따듯한 사랑이 담겨있는 듯 그 발걸음도 정겨워 보인다.

 

함께 살아온 날보다는 함께 살아 가야할 날들이 더 많기에 꺾어져 내려가는 연륜에서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의지하며 살아 가야하는 것이 우리 부부이기에 더욱 정겨워 보였던 것이다.

 

잠시 후 무제봉 갈림길에 도착하여 우측의 모악산 정상을 잠시 접어두고 좌측의 무제봉에 올라서

 

모악산 신령님께 정성스런 제를 올린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떡과 과일 그리고 빙그레 웃고있는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모악산

 

신령님께 깊은 마음으로 고한다.

 

모든 일들이 잘 이뤄지기만을 발원한 것이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나만의 아집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모악산 정상은 저렇게...)

13:25 지극 정성으로 신령님께 고하고서 다시 모악산의 통신탑을 향해 올라서니 우측 저 아래 헬기장

 

위에서 헬기 한 대가 머리 위를 빙빙돌며 방송을 시작한다.

 

전북소방 본부에서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산을 찾는 우리들이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우리의 산하를 숯 덩이로 만드는 일은 줄어들텐데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어디 모든 사람들이 내 마음과 같을 수 있겠는가...

 

정말이지 산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버너를 사용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되겠고 더욱더 강력한 지도와

 

계몽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되어진다.

 

자율에 의한 실천이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타율에 의한 규제도 필연이 아니겠는가..?

 

 

 

(정상은 이렇게 통신탑이 자리잡고 있지요)

 

13:52 헬기장을 내려와 금산사로 하산을 시도하는데 긴 통나무계단이 무릎의 인대에 고통을 안겨주어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선다.

 

마음으로나마 가볍게 사뿐사뿐 내려서지만 쌓여있는 피로는 어떻게 감당할 수 없는 듯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인고의 찌들은 갈증은 메말라버린 거북이의 등처럼 타들어 가기만 한다.

 

페트병 하나를 손에 쥐고 홀짝홀짝 물을 마시며 내려가니 이따금씩 앞질러 가는 산님들이 힐긋힐긋

 

쳐다보는데 이거 내가 원숭이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든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짧은 산행의 거리에서 겉모습은 멀쩡한 사람이 낑낑거리며 통나무 계단을 내려서니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깝게 보였던 모양이다.

(산불 예방 방송중입니다)

 

14:26 고통을 참기 위하여 이를 악물고 케이블카 앞에 내려서 좌측의 계곡으로 내려가 계곡 물과 잠시

 

온기를 함께 나눠본다.

 

아내의 따뜻한 손길인양 한여름의 시름을 달래주는 듯한 차가운 물 속에 발을 담그니 조금은 피로가

 

풀리는 듯 혈액의 흐름 속도도 빨라지고 입가에서는 안도의 탄식이 흘러나온다.

 

가자!

 

빨리 내려가야 한다.

 

모두들 내려가고 나 혼자만이 이렇게 뒤쳐져 내려가면 그것도 말이 안될테니 말이다.

 

다시 주섬주섬 행장을 챙겨 내려가니 발걸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정말 이런 계단은 싫어요)

(힘들게 계단을 다 내려왔습니다)

(계곡 길이가 이렇게 길~답니다)

(수정과 같이 맑은 물이지요)

(시원한 여름이 생각납니다)

15:08 시간은 늦었지만 그래도 사진은 찍어가야 되겠기에 금산사 경내로 발길을 돌린다.

 

금산사에 들어서니 벚꽃과 천년고찰 금산사를 구경하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고 벚꽃나무

 

밑에서는 다정해 보이는 연인들이 하얀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근엄하신 부처님을 바라보며 내 가족과 나를 위한 무언의 발원을 해보고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니

 

일찍 도착하신 산우님들께서는 삼삼오오 모여 앉아 거나하게 뒷 풀이를 하시고 행운권 추첨이 시작된다.

 

늦게 도착한 죄로 가볍게 이슬이 몇 잔과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귀경길에 오른다.

(벚꽃도 아름답구요)

 

(금산사 경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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