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智異山(중산리-천왕봉-영신봉-칠선봉-벽소령-음정)
산행일시: 2005년 9월 11일
산행목적: 백두대간 출정팀 축하산행
내가 가야할 미답의 정맥길은 찾지 못하고 외도산행에 빠진지가 어언 한 달이 다되어 가는 모양이다.
오늘은 수분재로 달려갈까 생각하다 백두대간에 입문하는 팀이 있어 부득이 축하산행에 동참하여 지리산에
살며시 안겨본다.
산행 시작부터 밤하늘의 운무를 뚫고 오락가락 내리는 가랑비는 六德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기라도 하려는 듯
부슬부슬 내리지만 폐부 깊은 곳에서부터 거칠게 발산되는 숨소리는 주인 잘못 만난 두 버팀목과 화음을
맞추어 또 다른 무아지경에 빠지게 만든다.
가볍게 칼바위 갈림길에 도착하여 뒤쳐진 산님들을 기다렸다 또 다시 가파른 능선을 오르는데 뒤따르는
헤드랜턴의 불빛은 자꾸만 내 시야에서 멀어지기 시작하고 로타리산장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六德이
혼자만이 고요한 적막에 잠긴 산사의 법계사를 바라보며 깊은 번뇌를 벗어 던져야하는 시간을 갖게된다.
정맥답사길에 오르지 못했다는 중압감에서 그렇게 30여분동안 시름하다보니 해탈되는 듯 어두운 장막도
서서히 걷히고 법계사 밑 옹달샘과 같은 샘터의 시원한 냉수가 상쾌하게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이제 억겁만겁 짓눌렀던 아집과 욕망을 벗어 던졌으니 또 다시 저 천왕봉을 향하여 전진만이 있을 뿐이다.
지리의 품에 살며시 내려앉은 운무를 바라보며 여명이 밝아올 그 시간까지 개선문을 통과하여 석수와 같은
천왕샘으로 오금을 펴고 오름을 계속하니 신선의 산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천왕봉에 도착하게된다.
이글거리며 붉게 타오를 일출 대신에 신선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운무를 타고 지리의 품에 포근하게 안겨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발걸음을 또 다시 재촉한다.
이따금씩 역주행하는 산님들과 교행 하는데 누군가 六德이를 부른다.
누굴까 하는 기대감으로 뒤돌아보니 산에서 뵈었던 님이시다.
아~~ 산은 인간의 끈도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삶의 활력소인 모양이다.
산이 있기에 산 벗이 있고 山님이 있기에 우리의 보금자리인 정다운 산이 있는 모양이다.
잠깐의 반가운 만남은 또 다시 후일을 기약하는 아쉬운 헤어짐을 남기고 3일 동안 악전고투를 벌이며
낙남정맥의 시발점에 도착했던 영신봉에 도착하여 그 날을 잠시 회상해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어본다.
지나보면 모든 것이 허망한 것을...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려가며 3일 동안 사투를 벌였던가....
오늘은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지리의 품에 안겨있는 삼라만상과 벗이 되어 능선을 따른다.
곱게 핀 야생화에 때론 감동되어 보기도하고 떠나가는 여름이 아쉬워 더욱 차갑게 느껴지는 계곡수에
그리움을 담아 흘려보내며 알알이 익어 가는 풍성한 가을을 연상해보면서 지리의 품에서 또 다른 감정을
잉태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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